증권 증권일반

두산건설도 BW 조기상환 압박… 투자자 90% 풋옵션 [마켓워치]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4 18:39

수정 2020.04.14 20:05

작년 투자자 23% 조기상환 이어
올해도 66% 풋옵션 행사키로
그룹 재무 악화에 투자자 탈출
두산중공업에 이어 두산건설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했던 투자자들도 대부분 조기상환을 요청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이 2018년 5월 발행한 BW(종목명 두산건설 94)에 대해 최근 한 달간 풋옵션(조기상환청구) 신청을 받은 결과 전체 금액의 66.01%에 해당하는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키로 했다.

이에 따라 두산건설은 발행금액(700억원) 중 462억원을 조기상환일(다음달 11일)에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풋옵션 행사물량(163억원)을 합치면 행사비율은 89.29%에 이른다.

앞서 두산중공업 BW 역시 풋옵션 행사를 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렸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2017년 발행했던 BW(총 5000억원)의 96.99%에 해당하는 4849억원을 조기상환일(다음달 4일)에 맞춰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풋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장래의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이다. BW는 발행 때부터 채권과 신주인수권(워런트·행사가격에 새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을 따로 거래하는 상품이다.

두산건설 94 BW는 표면이자율이 연 4%, 보장수익률이 연 7% 수준이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연 7%(3개월 복리)로 계산해 사채원금의 109.9%를 만기일인 2021년 5월 11일에 일시에 상환받는다. 그럼에도 두산건설 투자자들이 대거 조기상환을 요청한 것은 두산그룹의 상황이 심상치 않은 때문이다.

두산건설은 당장 5월에 현금 462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319억원으로 빠듯한 형편이다. 모기업인 두산중공업도 재무상황이 나빠 지원 여력이 없다.

두산건설의 지난해 말 차입금(별도기준)은 7527억원이다. 리스부채를 제외한 6581억원의 차입금 가운데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성 차입금이 5851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88.9%를 차지한다. 또 두산건설이 연대보증을 제공한 프로젝트파이낸스(PF) 차입금은 1527억원으로 과중한 상태다.

권기혁 한신평 연구원은 "두산건설은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은 가운데 차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두산건설의 차입금과 우발채무의 상당부분은 만기 2~3개월의 단기의 자산유동화증권으로 조달돼 차환 부담이 매우 높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자산유동화증권 등 채권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경색국면에 접어들어 유동화증권으로 연명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관계자는 "두산건설은 언제 부도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라면서 "두산그룹의 자구안을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은 BB-로 CCC 등급 직전까지 몰렸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3월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대상에 올렸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