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올해 17조 팔아치운 외국인, 컴백은 언제쯤?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6 18:22

수정 2020.04.06 18:22

美 코로나 사태 진정되고
유가 하락·달러 자금난 해소돼야
외국인, 23일째 순매도 이어가
추가 매도 여력 남았다는 의견도
"순매수 전환땐 시총 상위종목 위주"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공세가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외국인이 언제 돌아올지 점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이를 위해 선행돼야 할 조건은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고 △글로벌 달러 자금난이 완화되며 △국제유가가 회복되는 것이다.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한다면 그간 매도 규모가 컸던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중심으로 사들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5일 이후 23거래일 연속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순매도 금액은 13조3020억원이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로 치면 17조2526억원에 달한다.

외국인들이 올들어 가장 많이 내다판 종목은 삼성전자(6조7983억원), SK하이닉스(1조3322억원), 삼성전자우선주(1조2145억원)다. 이들 3개 종목의 순매도 금액이 전체 외국인 순매도의 절반을 넘는다.

■유가 하락이 순매도 부추겨

최근의 순매도세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중동계 자금의 이탈과 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외국인의 현물 순매도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4~2015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서 50달러 수준까지 하락하는 구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 등의 중동계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바 있다"며 "자국의 재정지출을 위해 국부펀드에서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는 프로그램매매에 따른 외국인의 현물 순매도"라며 "올해 외국인 거래대금에서 프로그램 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60~75%였는데 3월 중순 이후 75% 이상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방인성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유가 급락이 외국인의 순매도 강도를 높이는 트리거로 작용했다"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외국인 순매도는 중국, 글로벌, 유가요인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돼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외국인들의 순매도세가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에서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37%로, 여전히 400조원 이상을 갖고 있다. 올해 외국인 매도 물량(17조원)과 비교하면 큰 규모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3일 기준 코스피(1160조7433억원)에서의 외국인 시가총액은 436조4912억원으로, 전체의 37.60%를 차지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떠난 것은 아니다"며 "일부에서 '셀 코리아(Sell Korea)'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우리나라 시가총액이 더 크게 빠졌기 때문이다. 외국인 지분율은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과거 외국인이 많이 팔았던 시기가 2003~2007년이었는데 그 이유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었다"며 "(삼성이) 사주니까 팔았다. 싫어서 판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유입돼 삼성전자를 사다보니 외국인이 파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할 때 더 빠질 공간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현재 외국인 지분가치 합계를 고려하면 현재의 매도 규모는 전체 외국인 지분가치 대비 3.5% 수준에 불과하다"며 "금융위기 당시 외국인 매도 비중은 6.9%였다. 아직 외국인 하방 리스크에 대한 여력이 남아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시총 상위종목 매입 전망

외국인이 순매수세로 돌아오기 위해선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고, 달러 자금난이 해소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 센터장은 "한국이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자기 만의 영역을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든가, 코로나19로 발이 묶였던 활동과 이동이 재개돼 전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달 중 미국이 얼마나 안정이 될 것인가가 문제"라며 "자칫 미국에서 의료시스템이 허용되는 범위 이상의 확산, 사망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는 달러 자금난 해소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달러 인덱스가 본격적으로 꺾여야 한다"며 "지금 세계적으로 달러가 없어서 난리인데 이것이 진정돼야 신흥시장에 자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많이 팔았던 종목을 다시 사들이는 외국인들의 투자패턴은 이번에도 유효할 전망이다. 최 센터장은 "외국인들은 대체로 지수를 보고 투자한다"며 "당연히 시총 상위종목으로 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는 외국인이 판 우량종목을 개인이 사들이면서 가격변동이 크지 않았다"면서도 "외국인들이 다시 살 때는 산업별로 골라서 사기도 했지만 '한국을 산다'는 개념이어서 시총 상위종목을 살 것"이라고 부연했다.

홍 대표도 "외국인들이 사는 종목은 정해져 있다.
바뀌지 않는다"며 "본인들이 아는, 리서치한 종목으로만 들어온다"고 내다봤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