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내집 없다고 퇴짜" 고신용 자영업자도 대출 뺑뺑이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6 18:09

수정 2020.04.07 09:05

은행  이차보전대출 기준 제각각
  자가소유 여부 등 자체등급 적용
  대출 거절당하는 사례 잇따라
"기준 통일해야 신속지원" 지적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6일 100조원 규모의 '금융·민생 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신속한 지원을 강조했지만 정작 대출을 제때 받지 못한 '대출 난민'들의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달부터 신용등급이 1~3등급인 경우 총 3조5000억원 규모의 이차보전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은행 자체 신용등급 기준을 넘지 못해 퇴짜를 맞는 사례가 늘어나며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文 "대출 받는 데 여전히 어려움"

문 대통령은 6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 및 정책금융기관장, 협회장 등과의 현장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라며 "몰려드는 업무로 힘들겠지만 당장 생계의 위협을 겪는 분들을 위한 긴급자금인 만큼 신속성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출 신속성에 대해 강조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이달부터 신용보증재단으로 밀려드는 대출을 분산하기 위해 신용등급 1~3등급의 경우 보증서 없이 은행에서 빠르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이차보전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보통 외부 신용평가사 등급이 1~3등급이더라도 은행별 내부등급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기준에 미치지 못해 발걸음을 돌리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씨는 "주거래은행을 방문했는데 보증재단을 끼지 않은 대출은 본인 소유 집이 없다면 은행 자체기준인 3등급 안에 들기 힘들다며 거절당했다"고 하소연했다.

■銀 높은 자체기준에 발길 돌려

'자가 소유 여부' 등으로 대출이 거절된 사례는 김씨 외에도 많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가 소유 여부가 내부신용평가 항목에 들어가는 것은 맞지만 그 비율은 은행에 따라 다르다"면서 "신용등급이 4등급과 같이 애매한 경우에는 본인 소유 집이 있다면 한 단계 올려 대출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질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기존에 한 은행과 거래실적이 충분하지 못했거나, 기대출로 인해 부결되는 등의 사유로 외부 CB등급이 3등급 이하임에도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가 나오고있다.

결국 은행 자체등급의 허들을 넘지 못하면 다른 은행을 찾거나, 6등급까지 보증서 대출을 지원하는 기업은행 등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출을 받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진작 보증서를 끊어서 대출을 신청했으면 빨랐을 텐데 시간만 허비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눈여겨볼만한 점은 시중은행 중 가장 완화된 내부 등급을 적용하고 있는 농협은행의 경우 대출실적이 지난 3일 기준 50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별 내부신용등급이라는 상이한 기준으로 인해 대출의 신속성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은행의 건전성도 중요하지만 현 상황에선 신속한 자금지원을 위해 공통된 기준이 적용되는 편이 효과적이다"라고 분석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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