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신흥국發 글로벌 금융위기 터지나… 1951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 [코로나19 경제 직격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6 18:05

수정 2020.04.06 18:05

멕시코 GDP 성장률 -8% 전망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 역성장
경제충격 완화할 대응책 없어
안전자산 대거 이탈땐 최악 상황
신흥국發 글로벌 금융위기 터지나… 1951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 [코로나19 경제 직격탄]
주요 신흥국들이 코로나19 패닉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 선진국 경기침체로 수출에 막대한 피해를 보는 신흥국들은 올해 1951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더구나 선진국처럼 경제충격 완화를 위한 재정수단이 열악한 데다 자본이 안전자산으로 대거 이탈할 경우 최악의 금융위기 상황으로도 치달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흥국, 성장률 -1.5% 전망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이하 현지시간) 일단 코로나19만 막으면 다시 성장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들은 심각한 침체에 맞닥뜨릴 것으로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신흥국은 제대로 된 경제성장률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1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1.5%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올해 멕시코 국내총생산(GDP)는 성장률 감소폭이 최대 -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다. GDP의 3분의 1을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멕시코는 수출감소, 정부 세수의 20%를 차지하는 석유가격 하락, 관광위축, 해외에서 멕시코 가족들에게 보내는 해외송금 등 4대 외화수입원이 타격을 입고 있다.

1980년대 중남미 외환위기,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도 성장했던 중국과 인도 역시 올해 코로나19 경기침체로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노무라은행은 인도 경제가 올해 0.5%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은 -4.5%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IHS마킷은 예측하고 있다. 또 BCS 글로벌마케츠에 따르면 러시아는 유가폭락 충격으로 올해 성장률이 2.7% 뒷걸음칠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위기 우려도 고조

위기 징후도 이미 곳곳에서 엿보인다.

IMF에 따르면 올 1월 21일 이후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본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인 820억달러에 이른다. 자본이탈은 신흥국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끌어올리고, 채무부담을 가중시켜 디폴트 가능성을 높인다. 에콰도르와 아르헨티나가 유력한 국가부도(디폴트) 후보다.

이 가운데 아르헨티나는 3년 연속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데다 국제 채권시장에서는 퇴출된 상태다. 윌슨센터의 기든은 "아르헨티나가 디폴트를 피할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자본이탈은 주가 하락으로도 연결된다. 신흥국 주식시장은 지난 6주간 20% 하락, 2017년 이후 상승폭을 모두 까먹었다.

한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달 27일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추락해 상당수 미국·유럽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더 이상 남아공 채권을 매입할 수 없게 됐다. 멕시코는 정크본드 2단계 위로 불안하다. 특히 국영 석유업체인 페트롤레오스 메히카노스는 1000억달러 이상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어 올해 채무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응수단이 별로 없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경제충격 완화를 위해 대규모로 돈을 찍어내지만 신흥국들은 뾰족한 수단이 없다. 경제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던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기 상황에서는 자본이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탈출하기 때문에 신흥국들은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금리인하 카드도 한계가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통화가치가 추락하고,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자칫 외환위기로도 번질 수 있다. 이미 멕시코 페소, 러시아 루블, 남아공 랜드화는 최근 수주일 만에 미국 달러에 비해 20% 가까이 가치가 폭락했고, 브라질 헤알화도 크게 가치가 하락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남아공 전문가인 벤저민 기든은 "위기 상황에서는 늘 신흥국이라는 것이 불행을 부른다"면서 "자본이 필요할 때 자본은 안전한 항구를 찾아 탈출하고,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이 더 간절해질 때는 수출하는 원자재 가격과 물량이 줄어들며, 세수가 감소하면서 통화가치는 하락하고, 달러표시 부채는 부담이 급증한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