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공포심이 국민의 권리를 막을 순 없다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6 17:24

수정 2020.04.06 17:24

[기자수첩] 공포심이 국민의 권리를 막을 순 없다
닭갈비 가게에 들어가기 전 한참 망설였다. 유리창 너머 주인은 식당 한편에 마련된 장의자에 누워 있었고,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맛이 없는 집이겠거니 그냥 지나치려고 하자 주인이 문 밖까지 달려 나왔다. 저희 장사해요.

음식점 TV에는 마스크 쓴 한국인들이 공항에 들어오는 모습이 나왔다. 주인은 저 놈들(재외국민)이 자꾸 기어들어와서 나라 망친다고 했다. 외국에서 살 정도면 돈 있는 사람인데 다시 한국에 와서 코로나 퍼뜨려 서민만 죽는다고 했다.
주인은 고구마를 서비스로 내왔다. 맛있다고 입소문 좀 내달란다.

국내 코로나19 해외유입 사례가 증가한다.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재외국민이 한국으로 복귀하기 때문이다. 6일 0시 기준 국내 확진자 1만284명 중 해외유입은 769명(내국인 92.2%)이다.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도 입국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제적 위험, 질병적 위험이 커질 때 공포심은 커지고 공포는 과격한 정책으로 돌변한다. 닭갈비 주인의 울분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공포심에 앞서는 건 헌법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정책을 만들기에 앞서 헌법을 생각해야 한다. 현대는 법치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내국인 입국금지라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한데 법은 헌법정신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내국인 입국을 금지하지 않는 이유는 헌법에 위배되고, 헌법에 반하는 법률은 만들어질 수 없어서다.

헌법은 국가가 국민에게 부여한 권리인 기본권을 담는다. 특히 14조는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명시한다. 헌법재판소 결정례에 따르면 외국 체류를 중단하고 대한민국에 들어오는 입국의 자유도 여기에 포함된다. 헌법 37조는 국가가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지만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했다. 설사 코로나19 감염자라도 한국인이면 한국에 들어올 권리가 있다.

최근 10대 미국 유학생이 입국 전 해열제를 다량 복용하고 미국 출국과 국내 입국 시 검역대를 통과했다. 이기적인 행동이고,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국민이 자기 나라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국가가 막을 순 없다. 과격한 내국인 입국금지보다 중요한 건 헌법적 가치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야말로 지켜져야 할 마지막 가치이기 때문이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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