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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 구조조정엔 왜 질본 같은 조직이 없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6 17:05

수정 2020.04.06 17:05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6일 금융·실물시장 동향과 대책을 설명하는 공개서한을 언론과 민간 자문위원들에게 보냈다. 금융위는 따로 설명자료를 냈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주로 정부 대응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은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지난달 24일 발표한 100조원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들었다. 그는 "'X월 위기설' 등은 저희를 더욱 정신 차리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장 불안이 커지고, 해당 기업이 더욱 곤란해지는 부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과거 위기가 터질 때마다 기업·금융 구조조정의 야전사령부 역할을 했다.
그런 금융위가 이미 과감한 대응책을 세웠고, 상황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다만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가 예전의 위기와 사뭇 다르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20여년 전 외환위기, 10여년 전 금융위기가 축구공이라면 코로나19 위기는 럭비공이다. 축구공은 궤도가 뻔하지만, 럭비공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마음이 더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19 사태의 진로는 예측불허다.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시간표는 바이러스가 정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늘 기억해야 할 금언이다. 이럴 때 실력파 전문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짠다. 상상도 하기 싫지만, 이 지독한 바이러스는 올가을까지 인류와 세계 경제를 괴롭힐지 모른다.

국내 기업들에도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직격탄을 맞은 항공·여행업은 이미 정리해고로 뒤숭숭하다. 탈원전으로 기진맥진한 두산중공업은 국책 KDB산업은행에 손을 벌렸다.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2300억원을 새로 투입한다는 계획을 접었다. 여기저기서 파편이 튀지만 정부 대응은 중구난방이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할 사령탑이 보이지 않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4일(현지시간) 질병관리본부의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을 '영웅'으로 칭찬했다.
기업 구조조정에도 질본 같은 조직, 정은경 본부장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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