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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보다 방송에 사활"...선거 첫 주말, 저마다 '열공' 모드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4 13:47

수정 2020.04.04 13:57

유튜브 등 모바일 플랫폼 강화, 방송 토론 중요성 커져
주말 맞아 토론회 사전 리허설 등 준비 철저
코로나사태로 공약 이슈 줄면서 '깜깜이 선거' 우려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명륜새마을금고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명륜새마을금고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후 첫 주말인 4일 여야 후보자들 대부분 지역 TV토론회 준비에 집중했다.

공교롭게 지역 후보 TV토론회 첫 일정이 이번 주말에 집중된 곳이 많아 후보들은 이날 이른 아침 지역 유세를 제외하고는 오전 내내 TV토론회 준비 등에 공을 들였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접촉 등 선거 운동에 제약이 많은 만큼 TV토론회가 그나마 이번 선거에서 유일하게 후보의 얼굴을 알리고 상대 후보와 경쟁을 벌일 기회로 여겨진 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첫 주말 오전 서울 주요 도심 거리 풍경은 선거 시즌이라고 느끼지 못할 만큼 대부분 한산했다.


■외부 활동 제한, TV토론회 중요성 커져
공식 선거운동 첫 주말임에도 강남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역구 후보조차도 코로나19 여파로 사람이 크게 줄자 오전 유세 일정을 줄이고 토론회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그나마 지역구에 공원이나 주말 행사가 있는 후보들은 외부 유세 일정을 갖기도 하지만 주거 단지가 많고 유동 인구가 적은 지역구 후보자들은 숨고르기를 하면서 현안도 정리하고 메시지도 만들고 있다.

TV토론회 경험이 많은 중진 후보들은 주말에도 외부 유세에 집중하고 있지만 교수나 공무원 출신의 정치 신인들은 이번 주말을 전후로 바짝 연습 중이다.

서울에 출마한 한 후보 측은 “평일 오전에는 지하철역 입구나 버스 정류장에서 출근길 유세를 하지만 주말에는 공원, 등산로 등을 돌며 인사를 한다”면서 “과거에는 주말에 교회도 가고 장보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상가도 갔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외부활동보다는 토론회 준비를 더 하게 된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후보 측은 “우리 후보는 경험도 많은 정치인이다 보니 주말에도 유권자를 만나는 데 힘을 쏟는 편”이라고 했다. 또 다른 후보 측은 “말을 잘하고 경험도 많지만 정치 초년생으로 후보가 다소 토론회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오늘 후보 배우자만 나오고 정작 후보 본인은 열공모드”라고 전했다.

3일 오후 1시20분 부산 MBC에서 실시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동래구 후보자 토론회에서 김희곤 미래통합당 후보, 박성현 더불어민주당 후보, 박재완 정의당 후보가 앉아있다. 사진=뉴스1
3일 오후 1시20분 부산 MBC에서 실시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동래구 후보자 토론회에서 김희곤 미래통합당 후보, 박성현 더불어민주당 후보, 박재완 정의당 후보가 앉아있다. 사진=뉴스1
특히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여파로 유권자를 만나기가 힘들어지고 총선 이슈도 묻히면서 TV토론의 중요성이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또 과거와 달리 유튜브, 네이버TV 등 모바일 플랫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토론회 준비에도 신중을 기하는 편이다.

서울의 무소속 후보 측은 “지난주 토론회 초안을 만들어 공약이나 지역구의 현안, 주요 배경 지식 등을 숙지하고 있다”면서 “토론회에서 말을 한번 잘못하다가는 그 부분만 편집돼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계속 돌기 때문에 주말을 이용해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선거에 도전하는 서울 지역의 한 여권 후보 측도 “토론회 경험이 없는 후보들은 질문을 받으면 자꾸 설명하고 답을 내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토론회의 경우는 시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적극 '어필'할 수 있는 간결하고 압축된 메시지 설파가 더 중요한 만큼 평소보다 연습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주말 저녁 시간에는 집에서 TV를 보는 유권자도 많고 지역 케이블 방송에서 진행되는 토론회도 많은 만큼 캠프에 모여 지지자들과 직접 사전 리허설을 갖는 후보도 많다.

야당 후보의 참모진은 “오늘 저녁 케이블 방송에서 토론회가 있는 만큼 실전처럼 사전 리허설도 하고 우리 후보의 약점을 꼬집는 질문도 서슴없이 던진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선거 결과 예측이 어려워 토론회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공약 인물 대결 실종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정치 구도나 이슈, 인물이 실종되면서 방송 토론회 역시 정책 대결 없는 네거티브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면 유세도 힘들어져 인지도가 높은 후보자가 유리해 굳이 토론회를 할 필요가 없는 후보는 의도적으로 토론회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권 후보 측 참모는 “상대가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자칫 토론회에서 말 한 번 잘못해서 판세가 뒤집혀질까봐 토론회 참여를 꺼리고 있다”며 “5분 주도권 토론을 하면서 상대방을 압박하고 실수를 유도해야되는데 후보자도 많다보니 토론회도 간단하게 끝날 것 같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비대면 선거로 공약과 인물 대결이 실종되고,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로 유권자들이 잃는 게 많을 것 같다"며 "결국 여야 지지층 조직력 대결에 선거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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