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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키코 사태 없어야".. 12년 역사의 기록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4 10:07

수정 2020.04.04 10:07

조붕구 저
조붕구 저

[파이낸셜뉴스]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2년 동안 키코 사태 해결을 위한 투쟁을 담은 책을 출간한다. 조 위원장은 1997년 변변한 사무실 하나 없이 창업해 10년 만에 명실상부한 수출 중견기업을 이뤘다. 해외 거래처를 60여 개국으로 늘렸고 미국, 중국, 유럽 등에 13개 사업장을 운영했다.

수출의 탑도 회사 진열장에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조 위원장은 후배 경영인들을 위한 경영 노하우를 전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의 다짐은 2007년에 멈추고 만다. 희대의 금융사기 사건인 키코 사태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 것이다.


은행들을 절대적으로 신뢰해 가입했던 키코로 인해 법정관리에 처해지며 조 위원장은 350억 원의 자산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대한민국 경제 허리를 도맡았던 900여개 수출 중견기업들도 은행들에게 속아 키코에 가입해 줄도산하며 감옥에 가고 사법처리 되었다. 회사와 함께 세상을 등진 중소기업인들도 부지기수였다.

키코 사태로 인해 조 위원장의 운명도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매일 아침 넥타이를 매던 손은 메가폰을 들었고 사무실에 앉아 있던 두 다리는 거리 위에 서게 되었다. 거리의 투사가 된 것이다. 2010년 키코공대위를 맡아 키코의 폐해를 알리고 무너진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3년 대법원은 은행 측을 집요하게 대리한 김앤장 등 대형로펌들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은행들의 손을 들어주며 사건을 종결시킨다. 그러나 조 위원장은 대법원 판결을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으로 보았다. 투쟁을 통해 금융 자본가들의 탐욕스러운 민낯을 보았기 때문이다.

키코 사태 같은 금융 적폐가 청산되지 않은 탓에 2019년에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사태란 판박이 사태가 또다시 발생했다. 금융 자본 세력들이 선량한 수출기업들도 모자라 이제는 서민의 삶까지 망가뜨린 것이다. 책임자 처벌은 커녕 아직도 검찰과 은행은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다.

조 위원장은 키코 사태 투쟁을 계기로 기업인으로서만 충실했던 삶에서 벗어나 상식을 갖고 살아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이번에 출간하는 책을 통해 금융 적폐 청산의 필요성을 증언하고, 그 청산이 후배와 자녀 세대들에게 불공정사회를 되물림하지 않을 방법이라고 말했다.

2019년 12월 금융감독원은 키코 피해 기업 4곳에 대한 분쟁조정을 실시해 은행에 배상을 하라고 권고했다. 900개가 넘는 기업이 11년 넘는 시간 동안 겪은 고통과 피해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10년이 넘는 키코 투쟁 이후 처음으로 나온 정부 차원의 구제책이란 점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피해 자료도 정확히 없는 키코 사태는 금융의 탐욕으로 인해 멀쩡하던 수출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빠진 대한민국 경제 역사상 전무후무한 엄청난 불행이다.

하지만 은행의 편만 들었던 검찰과 법정, 금융 당국의 방관으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피해 기업들만 거리에서 싸움을 계속했다.

이 책은 그 중심에서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투쟁한 한 기업인의 고군분투기다.
피해 기업만 해도 900개가 넘는 이 사건이 왜 생겼는지, 그리고 어떻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결이 되지 않았는지 그 모든 것을 알려주는 동시에 제2, 제3의 키코 사태가 터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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