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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코로나에 멀어지는 한-베트남 관계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3 17:09

수정 2020.04.03 17:13

[월드리포트] 코로나에 멀어지는 한-베트남 관계
한국과 베트남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

한때는 서로를 진정한 친구라며 추켜세웠던 두 나라다. 한국은 베트남을 신남방정책 핵심국가로 여겼다.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베트남은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이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한국의 음식, 문화를 비롯해 경제까지 한국의 모든 것을 선망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양국의 친선관계가 한번에 무너지는 모양새다. 마치 모래성처럼 말이다. 특히 두 나라 국민 간의 호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시작은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이었다. 이때 베트남 일부 네티즌이 한국 국기인 태극기를 이용, 한국을 조롱했다. 이를 지켜본 한국인들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한국인의 베트남 입국을 재빠르게 막은 것도 양국 국민정서가 상하게 된 또 다른 요인이다. 한국 국민들은 베트남 경제에 기여하는 면이 상당한 한국, 그 한국인을 가로막은 것에 대한 반감이 컸다.

베트남 국민들도 그 나름대로 할 말은 있다. 한국에서 입국한 한국인을 격리시키고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를 제공했는데 이를 '빵조각'으로 치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베트남에서 반미는 우리의 김치와 같은 음식이다. 국민정서가 담긴 특별한 음식이다. 음식에 대한 몰이해가 부른 참극이었다. 이런 몰이해가 베트남 국민의 반한, 혐한 정서를 심화시켰다.

양국을 더 친밀하게 했던 박항서 감독을 두고도 양국 국민은 마음이 상했다.

한국인들도, 베트남 국민도 박 감독을 매개로 더 친밀해진 것은 팩트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중흥을 이끈 인물이다. 박항서 매직은 베트남의 축구를 두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베트남에서 활약하는 박 감독에게 한국인들은 '쌀딩크'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인이었던 히딩크 감독을 떠올리면서다. 베트남 축구가 우승을 하고 본선에 진출할 때 한국인들은 베트남과 함께 희열을 느끼고 쌀딩크를 자랑스러워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도 솔선수범했다. 자진해서 흔쾌히 기부금을 내놨다. 베트남 국민들도 고마워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동영상도 찍었다. 올바른 손씻기 동영상이었다.

베트남 언론들은 이런 박 감독의 행보를 앞다퉈 보도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이후가 문제다. 이후 일부 베트남 매체가 박 감독이 연봉을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조로 기사를 썼다.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팀이 활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이 기사를 본 한국 국민과 네티즌들은 분개했다. 박 감독 덕분에 베트남의 축구가 발전했는데 "베트남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이유였다.

코로나19로 양국 간 상황이 이렇게 미묘한데 하필 이런 시기에 공교롭게도 베트남에 투자한 외국인투자 순위에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밀렸다. 지난해를 통틀어 베트남 외국인투자 순위 1위였던 한국이 올해는 4위로 하락했다. 물론 올 1·4분기에 한해서다.

양국 국민의 감정이 상하자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이 나섰다. 이들은 양국 간 간극을 좁혀보려 열심히 활동했다. 불행하게도 이들의 노력이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분위기가 아니다. 그렇기엔 양국 국민의 상처가 너무 깊어 보인다.
양국 국민의 마음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양국 국민과 양국 정부 모두의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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