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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서울 집값 내림세, 급등보다 급락이 더 무섭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3 17:09

수정 2020.04.03 17:13

서울 집값이 떨어질 조짐을 보인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집값(3월 30일 기준)은 0.02% 하락했다. 하락세 전환은 지난해 7월 첫째주 이후 39주 만이다. 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3% 하락하며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큰 폭은 아니지만 하락세가 짙어지는 분위기다.

평소라면 집값 하락은 반가운 일이다.
문재인정부는 이제껏 19차례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세금을 더 물리고, 금융규제를 조이고, 재건축은 틀어막고, 민간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락세 전환은 잇단 대책이 드디어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까진 괜찮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라는 돌발변수다. 전문가들은 그 파괴력이 1930년대 대공황에 필적할 것으로 본다. 지난 2주간 미국은 실업자가 1000만명 가까이 늘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사상 유례없는 초대형 부양책을 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촉구하고 나섰다. 21세기판 뉴딜인 셈이다.

문재인정부 역시 미증유의 비상경제 시국을 맞아 전례 없는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집값 하락은 이 같은 흐름에 어긋난다. 부동산 시장은 종종 위기를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한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에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부동산이 투박하게 경착륙하는 바람에 주택저당증권(MBS) 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졌고, MBS를 거래한 금융사들은 부실의 늪에 빠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제도 등을 통해 부동산 부실이 금융 부실로 전이되지 않도록 차단벽을 쌓았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년 말 기준 가계부채는 1600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40% 이상이 집을 맡기고 은행 등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다. 만에 하나 부동산이 무너지면 금융도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은 안정적 관리가 최선이다. 급락은 급등보다 더 나쁘다. 일본은 지난 1990년대 초 거품경제 붕괴 때,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부동산 연착륙에 실패했다. 그 대가는 실로 컸다. 문재인정부는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대공황급 코로나 위기가 닥쳤는데도 같은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다. 부동산은 정치가 아니다.
정부의 신축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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