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총선이 코로나에 잠식당하면서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진영 대결을 위한 감성팔이만 판을 치고 있다.
유권자들은 '프로'다. 이날 한 후보가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아들고 감정에 호소하는 알맹이 없는 유세를 하자 이를 지켜보던 한 중년 남성이 "선거 끝나면 저런 얘기 쏙 들어가지. 순 거짓말쟁이들이야"하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유권자는 "당선되면 코빼기도 안 보이면서 선거 때만 나타나서 난리통을 만들어 이래저래 불편만 초래한다"는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20대 국회가 남긴 성적표를 보면 시민들의 이런 반응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법률안 처리율 30.2% 수준에 그치면서 식물국회로, 막말과 몸싸움에 동물국회로 전락해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여야 모두 총선 대진표를 꾸리는 과정에서도 막판까지 꼼수와 사천 등 반칙이 난무해 진전된 정치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반복되는 진흙탕 정쟁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지겹지만 다시 한 번 두 눈 크게 뜨고 후보들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번 총선은 그간 쌓인 정치 피로감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다행히 유권자들의 선거 관심도는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조사돼 희망을 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7명은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후보들은 너도나도 '내가 이 난세를 해결할 주인공'이라고 외치면서 한 표를 호소한다. 반칙과 불공정, 불평등의 구조를 바꾸는 힘은 결국 투표장에서 나온다. 오는 15일 유권자들의 냉정한 심판을 기대해본다.
ju0@fnnews.com 김주영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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