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정책 없이 감성팔이만 판치는 총선

김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2 17:37

수정 2020.04.02 17:37

[기자수첩] 정책 없이 감성팔이만 판치는 총선
정치인들이 가장 겸손해지는(?) 시즌이 돌아왔다. 2일 4·15 총선 공식 선거유세의 막이 오르면서 지역마다 후보들의 유세차와 선거 로고송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로 과거처럼 흥분지수는 낮았지만 여의도 입성을 위한 후보자들의 유세전은 뜨거웠다. 점퍼 색깔만 다를 뿐, 유권자를 향해 연신 허리를 굽히고 각자 거룩한 약속들을 풀어놓는 모습은 거의 같다.

특히 이번 총선이 코로나에 잠식당하면서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진영 대결을 위한 감성팔이만 판을 치고 있다.

유권자들은 '프로'다.
이날 한 후보가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아들고 감정에 호소하는 알맹이 없는 유세를 하자 이를 지켜보던 한 중년 남성이 "선거 끝나면 저런 얘기 쏙 들어가지. 순 거짓말쟁이들이야"하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유권자는 "당선되면 코빼기도 안 보이면서 선거 때만 나타나서 난리통을 만들어 이래저래 불편만 초래한다"는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20대 국회가 남긴 성적표를 보면 시민들의 이런 반응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법률안 처리율 30.2% 수준에 그치면서 식물국회로, 막말과 몸싸움에 동물국회로 전락해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여야 모두 총선 대진표를 꾸리는 과정에서도 막판까지 꼼수와 사천 등 반칙이 난무해 진전된 정치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반복되는 진흙탕 정쟁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지겹지만 다시 한 번 두 눈 크게 뜨고 후보들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번 총선은 그간 쌓인 정치 피로감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다행히 유권자들의 선거 관심도는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조사돼 희망을 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7명은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후보들은 너도나도 '내가 이 난세를 해결할 주인공'이라고 외치면서 한 표를 호소한다. 반칙과 불공정, 불평등의 구조를 바꾸는 힘은 결국 투표장에서 나온다.
오는 15일 유권자들의 냉정한 심판을 기대해본다.

ju0@fnnews.com 김주영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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