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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소방관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2 16:53

수정 2020.04.02 16:53

2011년 12월 19일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가 개인 용무로 남양주소방서에 119 전화를 걸면서 이른바 '나는 도지사다' 소동이 벌어졌다. 상황실에 근무하는 소방관 2명에게 관등성명을 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사조치를 했다가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철회했다. 도지사의 갑질에 초점이 맞춰져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다.

소방관의 지방직화가 낳은 부작용이 사건의 본질이다. 경기도 예하 조직인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근무규정 위반으로 두 소방관을 즉각 인사조치했다. 군부대나 경찰관서에서 유사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처럼 소방관서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인사와 예산에서 독립됐다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방관은 어쩌다 지방직으로 분류됐을까. 소방업무를 지방사무로 봤기 때문이다. 불 끄는 일은 지역 자체적으로 처리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범죄자들은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경찰공무원은 국가직이지만, 화재는 한곳에서만 나는 것이라는 판단 아래 소방업무를 해당 지역만의 일로 본 것이다.

소방직은 부침이 심했다. 정부 수립 이후 국가직 공무원으로 출범했다. 6·25전쟁 이후 경찰과 통합, 경찰공무원법을 적용받았다. 1973년 지방소방공무원법이 제정되면서 경찰 조직에서 분리됐을 때 경찰공무원은 국가직, 소방공무원은 지방직으로 신분이 갈렸다. 1992년 이후 시·도 소방본부가 설치되면서 시·도 조직으로 일원화됐다. 1995년부터 신분도 시·도 지방직으로 구체화됐다.

전국 지방직 소방공무원 5만2516명의 신분이 4월부터 47년 만에 국가직으로 일원화됐다. 그동안 지자체별 재정여건에 따라 소방인력과 장비, 소방관 처우, 소방안전서비스 등에 차이가 났다. 중앙과 지방으로 이원화된 인사관리도 개편한다.
다만 소방사무 자체는 지방사무로 남았다. 시·도 소방본부 인사와 지휘·감독권도 시·도지사가 계속 행사한다.
'제2의 나는 도지사다'가 발생할 소지를 남겼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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