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천안함 유족 "北이냐, 누구 소행이냐"...文 "정부 입장 변함없다"

김호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7 15:51

수정 2020.03.27 16:24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서 유족 호소
-국방부 "명백한 북한의 도발로 보고 있다"
[대전=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분향하는 가운데 한 유가족이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2020.03.27. dahora83@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대전=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분향하는 가운데 한 유가족이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2020.03.27. dahora83@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대통령님,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
27일 오전 '제5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열린 국립대전현충원. 취임 후 처음으로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탑 헌화·분향을 하려던 순간 백발의 한 유족이 대통령에게 다가오면 외친 말이다.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였다.

윤 여사는 "여태까지 누구 소행이라고 진실로 확인된 적이 없다"며 "그래서 이 늙은이 한 좀 풀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천안함 피격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명백히 해달라는 촉구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잠시 분향을 멈추고 "정부 공식 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천안함 피격은 북한의 도발'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해 3월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서는 명백한 북한의 도발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여사는 또 "다른 사람들이 저한테 말한다. 이게 어느 짓인지 모르겠다고 대한민국에서 하는 짓인지 저기인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가슴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늙은이 한 좀 풀어달라. 맺힌 한 좀 풀어달라"며 "대통령께서 꼭 좀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걱정하시는 거 정부가 (살펴보겠다)"고 유족을 다독인 후 분향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후 기념사에서는 "서해수호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은 애국심의 상징"라며 "애국의 가치가 정치적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민의 긍지와 자부심이 되어 주신 서해수호 영웅들께 경의를 표하며,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다만, 북한과 관련해서는 "2018년에는 남북 간 '9.19 군사합의'로 서해 바다에서 적대적 군사행동을 중지했다"고만 했을 뿐 도발 책임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또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 앞에서 우리 군과 가족들은 앞장서 애국을 실천하고 있다"며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불굴의 영웅들을 기억하며, '코로나19' 극복의 의지를 더욱 굳게 다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보훈 정책 강화 방침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위한 예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전투에서 상이를 입은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추가 보상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163억원 수준인 '전상수당'을 내년 632억원 수준으로 다섯 배 인상하고, '참전 명예수당'의 50% 수준까지 점차 높여간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진정한 보훈은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이 명예와 긍지를 느끼고, 그 모습에 국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때 완성된다"며 "국가는 군의 충성과 헌신에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진정한 보훈으로 애국의 가치가 국민의 일상에 단단히 뿌리내려 정치적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본행사가 끝난 뒤 문 대통령 내외는 서해수호 55용사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표현하기 위해 묘역 전역을 돌며 개별 참배하고 꽃바구니를 헌화했다.
제2연평해전 묘역을 시작으로 45분에 걸쳐 연평도 포격 도발 묘역, 천안함 묘역 순으로 진행된 참배는 고(故) 한주호 준위 묘역 참배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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