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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家 운명의 날…안건별 결과 '장기전' 향방 가늠자

뉴스1

입력 2020.03.27 05:00

수정 2020.03.27 05:00

그래픽=최수아 디자이너© News1
그래픽=최수아 디자이너© News1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힘 싸움을 이어가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 3자 연합간 1차전 승부가 27일 한진칼 주총에서 갈린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승자는 조 회장으로 사실상 일단락됐다. 3자 연합 중 하나인 반도건설이 법원 판결에 따라 보유 지분 8.25% 중 5%만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행사할 수 있게 돼서다.

더욱이 의결권 기준 지분율 2.9%의 국민연금도 조원태 회장 연임에 찬성하며 한진그룹에 힘을 실어줬다. 이를 감안한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 측 40.05%, 3자 연합 28.7%다. 사실상 승부는 기운 상태로 조원태 회장 연임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한진칼 주총은 양자간 경영권 분쟁의 1차전 성격이 강해 조원태 회장이 승리하더라도 한진그룹을 둘러싼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한진칼 지분율을 42.13%까지 확보한 3자 연합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언제든지 위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따라서 이번 주총 결과는 양측 싸움의 종착지가 아닌 향후 장기전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봐야한다.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압도적인 승리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우호 지분율 이상의 표를 얻어 3자 연합에게 승리를 거두면 이들이 주장한 경영개선 명분에 주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의결권 기준 국민연금을 제외한 기관 투자자 및 소액주주 지분율은 30% 남짓으로 추산된다. 이들 표가 조원태 회장 쪽으로 쏠리면 조현아 연합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조원태 회장이 승리하더라도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 표가 3자 연합으로 기울면 한진그룹을 표적으로 한 경영권 위협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안건별로 승패가 뒤바뀔 경우의 시나리오도 감안해야 한다. 이날 주총의 핵심안건은 조원태 회장 재선임과 3자 연합이 제안한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7명에 대한 선임안이다.

모든 주주가 두 안건에 같은 표를 낸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조원태 회장 재선임에 표를 던진 주주가 3자 연합 제안 이사진도 지지하는 식이다. 두 안건은 별도이기 때문에 각기 다른 표를 던지는 주주가 대거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국민연금은 조원태 회장 연임을 지지하면서 3자 연합이 제안한 김신배 후보의 사내이사 선임에도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3자 연합은 제안 후보 일부만 이사회에 진입해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진그룹 경영에 관여하고 대한항공 등 내부에서 세력을 확장하면 장기전을 펼치기 쉬워서다.

이는 한진그룹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다.
양측이 추천한 인사들이 이사회를 꾸리면 안건마다 갑론을박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여파에 항공업황 자체가 고사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에 애를 먹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한진그룹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경제계 관계자는 "안건별 승부결과에 따라 장기전을 준비하는 양측의 전략을 가늠해볼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반도건설의 공시법 위반 논란을 어떻게 판단할지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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