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진家 '운명의 날' 이틀 앞으로…경영권 분쟁 결론 임박

뉴시스

입력 2020.03.25 08:01

수정 2020.03.25 08:01

27일 한진칼 주총…조원태 회장측 승산 높아 주총 이후 상황 관심…결국 장기전 국면 예상
(출처=뉴시스/NEWSIS)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의 명운이 달린 '결전의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7일 한진칼 주주총회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 등 이사 후보 추천 안건이 오른다. 해당 안건에 대한 찬반 표결에 따라 조원태 회장과 '3자 주주연합' 간 치열했던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판가름 난다.

앞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지난 2018년 11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2대 주주에 오른 후부터 경영권에 대한 견제를 받아왔다.

한진그룹 지배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목소리를 낸 KCGI는 오너 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불을 지폈다. 이는 지난해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실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조 전 회장이 주총이 끝난 다음 달 갑작스럽게 타계하자 한진그룹 안팎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후 조원태 회장이 보름여 만에 선친의 뒤를 이어 회장직에 올랐고, 세대교체와 맞물려 한진그룹도 분위기 쇄신에 총력을 기울였다.

[서울=뉴시스]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서울=뉴시스]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어 조 회장이 지난해 6월 기자간담회에서 가족과 지분 상속과 관련해 협의 중이라고나, 가족 간 화합하라는 선친의 유훈 등을 언급하자 오너가 내에서 경영에 대한 잠정 합의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을 깨고 '가족 간 화합'에 잡음이 불거지면서 한진그룹은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지난해 연말 조현아 전 부사장이 돌연 '조원태 회장 체제'에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동생 조원태 회장이 공동경영 협의에 무성의하다고 비난한데 이어, 올해 1월에는 KCGI, 반도건설과 한진칼 주식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전횡을 비난해온 KCGI와 비난의 대상이었던 조 전 부사장, 그리고 조 전 회장과의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반도건설이 손잡은 것은 예상외로 여겨졌다. 이들 '3자 주주연합'은 조 회장 중심의 현 경영진은 경영 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후 한진그룹과 3자 주주연합 간 상호 비난, 의혹 제기와 반박이 거듭되는 치열한 기싸움이 이어졌다. 주주연합은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 제기,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등 파상공세를 폈고, 한진그룹도 이에 맞서 주주연합 측이 제기한 의혹을 반박하고 반도건설 허위공시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의 모습. 2019.12.30.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의 모습. 2019.12.30. radiohead@newsis.com


다만, 주총 직전에 반도건설의 의결권이 제한되며 조 회장 측이 승기를 잡아 양측의 신경전도 시들해진 모양새다.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연합 측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 2건을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반도건설은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지분 5%에 해당하는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고, 조 회장 진영과의 지분율 격차가 벌어졌다.

현재 조 회장 진영이 확보한 의결권이 있는 우호 지분은 37.15%, 주주연합 측의 지분율은 28.78%로 추산된다. 지분율 격차가 순식간에 8.37% 수준으로 벌어졌다.

결국 조 회장 측의 싱거운 승리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주총 이후 펼쳐질 상황에 더 관심이 쏠린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일단 양측은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의결권이 없는 지분을 포함하면 조 회장 측은 41.4%, 주주연합 측은 42.13% 수준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게다가 3자 주주연합의 주식 공동보유 계약기간은 5년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지 않는 한 당분간 3자 간 동맹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과반의 우호 지분을 먼저 확보하는 쪽이 중장기적인 분쟁 국면에서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