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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C "SK이노, 고의적 증거인멸 명백"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2 17:56

수정 2020.03.22 17:56

조기패소 예비결정 판결문 공개
"문서훼손은 영업비밀탈취 증거"
SK이노, LG화학과 협상 진행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과정에서 증거인멸 등으로 공정한 재판을 방해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ITC는 21일(현지시간) 조기패소 '예비결정'의 근거가 적시된 판결문을 공개했다. 앞서 ITC는 지난달 LG화학이 요청한 조기패소 판결을 승인하는 예비결정을 내린 바 있다.

판결문에서 ITC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특히 증거인멸 행위에 민감한데, 이번 소송은 증거인멸과 포렌식(디지털 증거보존) 명령 위반 등 법정 모독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가 영업기밀 침해 소송을 인지한 이후 이뤄졌다는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으로부터 내용증명 경고공문을 받은 작년 4월 9일과 소송이 제기된 4월 29일 이후 LG화학과 관련된 문서를 삭제, 고의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실제 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에 재직 중인 LG화학 출신의 직원 PC 휴지통에 저장돼 있던 엑셀문서와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관련 배합과 사양 관련 자료가 첨부된 내부 e메일 등이 증거자료로 제시됐다.

ITC는 "문서훼손 행위는 영업비밀탈취 증거를 숨기기 위한 범행의도를 갖고 행해진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ITC는 SK이노베이션이 포렌식 명령을 고의적으로 위반했다는 점을 근거로 법적제재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SK이노베이션이 조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로 LG화학이 소송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고 판사 역시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ITC의 설명이다. ITC는 "이러한 상황에서 적합한 법적제재는 오직 조기패소 판결뿐"이라며 "(SK이노베이션을)처벌하기 위한 것뿐 아니라, 다른 사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명시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조기패소 판결에 대한 이의제기 신청을 한 상태다. 이와 관련, ITC는 이의신청 검토 여부를 내달 17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ITC가 검토신청을 받아들여 검토 절차를 진행할 경우 오는 10월5일까지 관세법 337조(지식재산권 침해 제재 규정) 위반여부와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구제조치, 공탁금 등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리게 된다.

다만 ITC가 예비결정을 받아들여 검토요청을 거부하면 관세법 337조 위반 사실에 대한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구제조치와 공탁금 등에 대한 최종결정만 내린다. 예비결정이 최종결정으로 유지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셀과 모듈 등 관련 부품 및 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또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 소송 결과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판매 자체가 금지될 가능성도 있다.


SK이노베이션측은 이에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실제 양사는 ITC 판결을 바탕으로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보상금 성격의 로열티를 LG화학에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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