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비리’ 프레임에 갇힌 방산업계…"과도한 규제 해소해야"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2 17:56

수정 2020.03.23 08:35

협력업체 관리 미흡 등 책임 물어
공공입찰제한 등 부정당업자 제재
단순 실수조차 과도한 책임 토로
‘불법행위 반복’ 증명 과정이 문제
당국 차원 제도개선 필요 주장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규제 당국의 '방산비리' 프레임에 갇혀 몸살을 앓고 있다. 당국이 협력업체 관리 미흡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들에게 공공기관 입찰 제한 등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협력업체는 똑같은 불법행위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 또 계약 담당자의 단순 실수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물어 회사 전체 매출에 큰 손실을 끼칠 뿐 아니라 국가 안보에까지 적지않은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2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오는 5월 12일까지 공공기관 입찰에 참가하지 못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015년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KUH-1)'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협력사들이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했다며 KAI에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내렸다. KAI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갔지만, 지난 2월 27일 대법원은 부정당업자 제제 처분을 확정 판결했다.
부정당업자 제재엔 공공입찰 참가 제한 뿐 아니라 부당이득금·가산금 환수, 착수금·중도금 지급 제한, 이윤 감액, 적격심사 입찰 감점 등 10여개의 중복제재가 뒤따른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KAI의 이번 부정당업자 제재 사유인 '협력사의 시험성적서 위·변조'부터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KAI 뿐 아니라 H사나 L사 등도 모두 같은 사유로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았다"며 "이는 국내 방산업체의 협력업체 관리, 감독 미흡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통상 협력사들은 무기 제작에 들어가는 수많은 소재·부품을 납품하는데, 이 부품이 문제가 없다는 '증명'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 증명을 받는 비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5만원짜리 부품을 팔자고 그의 3배에 달하는 돈을 주고 시험성적서를 받을 순 없는 것"이라며 "이러다보니 영세한 협력사들이 앞서 받은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런 성능 증명과정에 대한 당국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는 협력사 시험성적서 위·변조 문제 뿐 아니라 고의성 없는 단순 실수조차 '방산 비리' 프레임에 가두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KAI는 이번 부정당업자 제재 뿐 아니라 고등훈련기 'FA-50' 부품 거래 계약 관련해서도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이 'FA-50' 거래 계약과정에서 부품단가를 실제 거래액보다 약 15억원 가량 많게 기재했다는 사실을 적발한 사건이다. 그러나 KAI 관계자는 "'FA-50' 계약 건 경우 계약서에 최종견적서를 내야 하는데 착오로 협상 단계 때 중간견적서를 제출한 것으로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대법원 판결처럼 또 다시 KAI가 패소한다면 이번엔 75일이 아니라 1년 9개월 동안 공공입찰에 참여하지 못한다. KAI의 1년 9개월 환산 공공기관 상대 매출액은 1조9164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유일한 전투기 제조사인 KAI가 타격을 받으면 한국산 전투기 생산은 접어야 할 형편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과도한 제재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장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상을 방위산업체로 한정하는 경우 현행 부정당업자 제재 제도는 책임에 비해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방위산업을 육성해야 할 제도가 오히려 방산업체의 어려움을 야기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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