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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항공사… 지난달 운임채권 회수율 반토막 [마켓워치]

배지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9 18:20

수정 2020.03.09 19:52

코로나 확산으로 여객수요 급감
현금흐름 저하 장기화되면서
항공운임채권 ABS 발행시점
추정치보다 회수실적 크게 밑돌아
항공업계 유동성 위기 덮칠 수도 
벼랑 끝에 선 항공사… 지난달 운임채권 회수율 반토막 [마켓워치]
벼랑 끝에 선 항공사… 지난달 운임채권 회수율 반토막 [마켓워치]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사들의 매출 피해가 극심해지면서 항공운임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유동화증권(ABS)에 대한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ABS 조기상환이나 자산 추가신탁을 요청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9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한국을 오가는 국제선을 이용한 여객 수는 395만7506명으로, 전년동월(741만2944명)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의 운임채권 회수율이 떨어지면서 이를 기초로 발행한 채권(ABS)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항공운임채권은 비행기 티켓 판매로 유입되는 매출이다. 운임채권 ABS는 장부상 아직 인식되지 않은 장래 수익(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다.
아직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은 미래의 운임수익을 유동화하는 방식이다. 항공운임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ABS는 2009년 이후 국내 항공사들의 중요한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운항 노선 취소, 감편 등의 여파로 기존의 운임채권 회수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희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2월부터 항공운임채권 회수 실적의 급격한 하락이 나타났다. 월별 계산기간이 유동화전문회사별로 서로 상이하기는 하지만 실적 하락 폭은 전월 대비 40%에서 50% 이상의 범위로 나타났다"며 "항공운송 수요가 지속될 경우 항공운임채권의 회수실적 저하로 유동화증권의 상환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운임채권 ABS의 신용등급은 일반적인 항공사 신용등급보다 2노치(Notch) 정도 높게 부여받는다. 초과담보 수준이 발행액의 5배 이상으로 설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발행시점에 자산평가기관의 추정현금흐름으로 설정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초과담보 수준이 발행시점의 추정치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조병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의 영향이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고 현금흐름 저하가 장기간 지속돼 초과담보 수준이 유의미하게 변화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항공운임채권 ABS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트리거는 매출액 하락 정도에 따라 자산보유자(항공사)에 대한 가지급 중단, 추가신탁, 발행 중인 유동화사채의 조기지급 개시 순으로 이뤄진다. 항공사 입장에서 이들 트리거 가운데 어느 하나가 발생하면 운임채권으로부터 현금흐름 수취가 중단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추후 운임채권 회수성과에 따라 시나리오 분석을 진행한 결과 2월보다 10~20% 넘게 실적이 나빠질 경우 대부분의 유동화 건에서 조기지급 트리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대비 50%가량 감소한 2월 실적을 기준으로, 시나리오1은 2월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했고, 시나리오2는 추정기간 동안 회수 실적이 매월 10%가 하락하는 것을, 시나리오3은 매월 20%가 하락하는 것을 각각 가정했다.


그 결과 시나리오1의 추정기간 동안에는 모든 유동화 건에서 조기지급 트리거가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시나리오2는 4~6월까지, 시나리오3은 4~5월까지 모든 유동화 건에서 조기지급 트리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희 실장은 "3월부터 회수실적이 더욱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난다면 4월부터는 유동화별로 조기지급 트리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jw@fnnews.com 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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