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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든 국민연금에 코로나 확산까지… 3월 주총 ‘첩첩산중’ [코로나19 초비상]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1 17:32

수정 2020.03.01 21:40

코로나 여파에 정상개최 불투명
감사보고서 등 작성 늦어져 차질
소집기피로 의결정족수 미달 우려
전자투표제 도입 기업들 잇달아
국민연금 5%룰 완화 개정으로
주주권 강화 움직임에 바짝 긴장
‘경영권 분쟁’ 한진 최대 관심
이사회 대거 세대교체 바람도 
오는 18일 주총을 개최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주총장을 서울 서초대로 서초사옥이 아닌 2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경기 수원 컨벤션센터로 변경한 가운데 열화상카메라 설치, 마스크 지급 등 방역 강화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뉴시스
오는 18일 주총을 개최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주총장을 서울 서초대로 서초사옥이 아닌 2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경기 수원 컨벤션센터로 변경한 가운데 열화상카메라 설치, 마스크 지급 등 방역 강화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뉴시스
칼 빼든 국민연금에 코로나 확산까지… 3월 주총 ‘첩첩산중’ [코로나19 초비상]

3월 주총 시즌이 돌아온 가운데 주요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여파와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등으로 주총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정기주총 연기나 최소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와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 움직임에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올해 주총은 한진그룹의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최대 하이라이트로 부각된 가운데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새 얼굴들이 대거 사내이사 후보로 오르면서 이사회의 세대교체 바람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주총 파행 우려…전자투표제 확산 조짐

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이 이달 중순부터 올해 정기주총 랠리를 앞두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정상개최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4대 그룹 관계자는 "돌발악재인 코로나19가 조기수습이 어려워져 중국 종속회사 결산이나 외부감사 지연으로 재무제표, 감사보고서, 사업보고서 작성 등이 늦어지고 있다"며 "더욱이 밀집장소에 대규모 인원이 몰리는 주총을 열 경우 감염 우려가 높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다"고 털어놨다. 오는 18일 주총을 개최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주총장을 서울 서초대로 서초사옥이 아닌 2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경기 수원 컨벤션센터로 변경했는데 열화상카메라 설치, 마스크 지급 등 방역 강화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제로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15곳이 기한 내 사업보고서 제출 등이 어려워 주총 정상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3월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등이 어려울 경우 사유를 금융당국에 입증하면 4월 이후 주총 연기도 가능하다.

유명무실하던 전자투표제가 올해 주총에선 빛을 발할 것으로도 점쳐졌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전자투표 의결권 행사 비율은 5%도 채 안됐다. 올해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이 전자투표 도입에 동참한 가운데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의결정족수 미달을 우려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10대 기업 관계자는 "주주들에게 주총소집통지서를 보내면서 전자투표 활용법을 별도로 안내하고 있다"며 "자칫 주총을 열고도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되는 파행까지 걱정할 판"이라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진사태 이목집중, 연금 경영개입 비상

재계가 올해 정기주총에서 가장 주목하는 이슈는 단연 한진그룹이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을 둘러싸고 남매간 대립구도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KCGI, 반도건설 등과 3자연합을 맺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주주명부폐쇄일 기준 조원태 회장 측 지분이 33.45%로 3자연합(31.98%)과 격차가 작아 연임안 처리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그룹 내부 여론은 조 회장 연임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현재 대한항공, 한진칼, 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계열사 노조와 퇴직임원회 등은 조 회장에게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이다. 한진 사태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도 올해 정기주총의 최대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올해 시행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투자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돼 국민연금은 이른바 '5% 룰'(5% 이상 지분 보유 투자자가 적극적 주주활동시 보유목적을 경영권 참여라고 명시) 제약 없이 '일반투자' 목적으로 이사해임이나 정관개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한국경제연구원 고위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보유한 716개사 가운데 40%(273개사) 정도가 주요 주주 지위"라며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올 주총에서 주주권 강화를 앞세워 특정 사내이사 선임이나 정관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사진 대거교체 바람

올 정기주총은 주요 그룹들의 사내이사 교체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5명의 사내이사 중 2명이 바뀐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임기만료로 퇴임했고, 노조 와해 의혹으로 구속된 이상훈 이사회 의장이 중도퇴진해 공백을 메워야 한다. 신규 사내이사에는 TV사업을 총괄하는 한종희 사장과 올해 경영지원실장(CFO)에 취임한 최윤호 사장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21년 만에 정몽구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퇴진하면서 오는 19일 주총에서 김상현 재경본부장(전무)을 새 사내이사에 선임한다. 김 전무가 선임되면 현대차 사내이사는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이원희 사장, 하언태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까지 5명으로 구성된다.


SK는 핵심 전문경영인들인 장동현 ㈜SK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의 재선임안을 처리한다. LG도 지주사의 살림을 책임진 권영수 부회장 재선임과 LG전자의 새 사령탑인 권봉석 최고경영자(CEO)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올라갔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사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한화솔루션 사내이사에 오른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김용훈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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