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라임 CI 펀드' 판매사 책임론에 "우리도 당한 것"

뉴스1

입력 2020.02.27 14:58

수정 2020.02.27 21:43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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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전민 기자,김도엽 기자 =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인 '크레딧인슈어드(CI) 무역금융펀드'를 신한은행에서 가입한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신한은행은 라임자산운용에 속은 것이라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라임 측의 설명과 실제 포트폴리오가 달랐지만 알 수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4월부터 약 4개월간 CI 펀드 2712억원을 판매했다. 이중 개인투자자 판매액은 1640억원이다. 신한금융투자가 119억원, 경남은행이 118억원 판매했다.

CI펀드는 라임자산운용이 싱가포르 로디움의 무역채권에 투자하겠다면서 투자자를 모집한 만기 1년 짜리 펀드다.
하지만 실제로 로디움 무력채권에 투자된 비중은 52%에 그쳤고, 이외에 환매 중단된 플루토 FI D-1호(27.8%), 플루토 TF-1호(1.2%)를 비롯해 만기가 4년 정도로 긴 해외 사모사채(18.4%)에 투자됐다.

플루토 FI는 사모사채에 주로 투자한 펀드이며, 플루토 TF는 해외 무역금융에 투자하는 펀드로 모두 환매가 중단됐다. 이들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담은 CI펀드의 손실률은 플루토 TF 펀드의 회계실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까지 플루토 FI에서 약 45%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볼 때, CI펀드의 손실률은 10% 내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I펀드 투자자들은 신한은행이 가입 당시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 펀드에 대해 무역채권에 투자하는 안정형 사모펀드이고, 보험 가입으로 원리금 회수에 문제가 없는 목표수익률 4~4.5%의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CI펀드 투자자들과 금융정의연대는 전날 금감원에 신한은행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기하기도 했다.

사전에 신한은행이 펀드의 부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기초자산으로 담고 있던 플루토 TF 펀드의 경우 신한금융지주의 증권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가 운용에 개입을 했다는 정황이 금감원의 라임 중간검사 결과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이를 알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라임 측에 속았다는 입장이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편입자산에 대한 공시 의무가 없고 비공개이므로 라임운용이 어떤 자산을 담았는지 알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CI펀드 투자자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라임운용이 상품제안서와 달리 투자한 사실을 펀드 판매사인 당행(신한은행)과 투자자들에게 일체 알리지 않았으며, 플루토FI와 TF 펀드의 환매연기 사태가 발생한 시기 즈음에서야 밝혔다"면서 "이와 같은 자산운용사의 행태가 투자자들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중대한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사전에 부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차이니즈월(금융투자업자의 정보교류 차단장치) 규제 때문에 알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차이니즈월은 증권사 등의 이해 상충 문제를 막기 위해 설정한 부서 간 칸막이 규제다. 사무공간의 분리와 임직원 간에 겸직 등을 금지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환매 연기와 부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 당연히 이에 대한 관리를 했을 것"이라며 "차이니즈월 규제가 있어 같은 회사 내에서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인데, 계열사라는 이유로 알기는 더욱 힘들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외에도 다수의 판매처들이 '우리도 피해자'라고 설명하는 가운데, 라임 측이 판매사들에 설명한 것과 다르게 투자한 정황이 명백해지면 책임소재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임 측이 판매처에 설명한 포트폴리오와 실제 포트폴리오의 일치 여부가 향후 책임 소재 판단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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