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예상밖 동결' 실탄 아낀 이주열…3가지 이유 있었다(종합)

뉴스1

입력 2020.02.27 13:51

수정 2020.02.27 22:29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0.2.27/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0.2.27/뉴스1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장도민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로 동결해 통화정책 '실탄'을 아꼈다. 대신 금융중개지원대출를 이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기업에 5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돼 경기 방어를 위한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금통위는 통화정책 대신 피해기업을 타깃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신용정책으로 대응했다. 이는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통화정책 여력을 아끼려는 한은의 태생적 '매파적' 성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잡히지 않은 집값·코로나19 불확실성·미시 지원 효과"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급증하면서 금리인하 전망이 급부상했지만 한은 금통위는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는 그 배경 중 하나로 '집값'을 꼽았다. 이 총재는 정례회의 직후 기자브리핑에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히 높고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 이후 주택가격이 안정됐다고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해 12·16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내놨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아 금리를 내리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그동안 한은의 저금리 기조는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이 총재는 "대출 규제 등 거시 건전성 규제는 금융안정에 유효한 수단이지만 그거 하나만으론 금융안정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거시건전성 대책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정책공조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60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4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1.8%로 2017년 4분기(2.2%)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또한 금통위는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 '좀 더 지켜보고 대응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재는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시(2.3%→2.1% 하향조정) 코로나19가 3월 정점을 이루고 이후 진정될 것으로 전제했는데 예상대로 전개될지 엄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이 총재는 "최근 국내 수요와 생산 활동 위축은 경제적 요인보단 감염 위험에 대한 불안심리 확산에 따른 것이어서 현시점에선 금리 조정보단 코로나19 피해 부분을 미시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통위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기존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려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에 5조원을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은이 연 0.5~0.75%의 낮은 금리로 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코로나19 충격 커…1분기 역성장 가능성"

금통위가 직접 밝힌 금리동결 배경 외에 현재 금통위가 가진 통화정책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통위는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3년1개월 만에 내렸고, 같은 해 10월 연 1.25%로 한차례 더 내렸다. 이는 2016년 6월~2017년 11월 유지됐던 역대 최저치다. 한 번 더 내린 기준금리 연 1.00%는 '안 가본 길'이다. 이날 이 총재는 통화정책 여력을 우려하는 질문에 "아직 여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 부양에 얼마나 효과를 낼지에 대해 의문부호가 찍히는 것도 금통위가 금리인하를 망설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는 "경기 부양을 위해선 통화정책보단 재정정책이 효과적"이라고 지속적으로 발언해 왔다.

금리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다. 이날 한은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올해 국내총생산(GDP)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0.2%p(포인트) 낮췄다. 성장률 하향 조정은 가장 강력한 금리인하 시그널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은의 전망대로 '3월 정점, 이후 진정'이 되지 않으면 4월 예정된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앞으로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애로 요인은 코로나19 확산"이라며 "과거 감염병 사태보다 충격이 크리라고 생각한다"며 그 파장을 우려했다. 또 그는 "코로나19 사태 전개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겠지만 충격이 1분기 상당히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이날 금통위 결정에 대해 "금리인하 여력을 비축하고 부동산 가격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을 전제로 기준금리 연 1.00%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금통위는 만약 코로나19가 확산돼 경기가 침체되면 비상소집을 해서라도 조취를 취할 수 있으니 지금은 관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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