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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은, 기준금리 더 내릴 여지 있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6 17:41

수정 2020.02.26 17:41

코로나 사태 후 첫 금통위
버냉키같은 과단성 기대
경제가 코로나19 수렁에 처박혔다. 공장은 멈췄고, 자영업자들은 차라리 외환위기 때가 호시절이라고 탄식한다. 정부는 곧 전염병 대응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슈퍼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이 거론된다. 28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여야 4당 대표와 회동한다. 하지만 재정 투입만으론 부족하다.
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선 정부와 한은이 힘을 합치는 폴리시 믹스(정책조합)가 필요하다. 한은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우리는 이주열 한은 총재에 금리인하 결단을 촉구한다.

한은은 지난해 7월과 10월에 잇따라 금리를 내렸다.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급인 1.25%로 낮아졌다. 그 뒤 11월과 올해 1월엔 동결했다. 통상적인 여건이라면 금리인하 효과를 좀 더 지켜보는 게 맞다. 기준금리 1.25%는 한은으로서도 경기 진작을 위해 할 만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불행히도 지금은 통상적인 여건이 아니다. 코로나19 전염병은 한국 경제를 말 그대로 강타했다. 경제에 비상이 걸렸을 땐 중앙은행도 비상한 정책으로 맞서는 게 맞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3%를 내놓았다. 지금 한은이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성장률 2.3%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선례도 있다. 지난 2003년 박승 총재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응책으로 즉각 금리를 내렸다. 2015년엔 이주열 총재 스스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책으로 서둘러 금리를 인하했다. 사스가 중국·홍콩 등 중화권, 메르스가 중동·한국 등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국지전이라면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번진 전면전이다.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 신세다. 한은이 사스·메르스 대응책을 능가하는 과감한 통화정책을 펴야 할 이유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라는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동원했다. 정통 경제학의 시각에서 보면 둘 다 '묘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연준이 과감하게 맞선 덕에 미국 경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 버냉키는 "정책금리가 제로까지 낮아져도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대응방안이 소진된 것은 아니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란 점에서 분명 한국보다 유리하다.
따라서 우리가 미국을 그대로 따라 하기는 벅차다. 하지만 우리 여건에 맞는 비전통적 수단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한은과 이 총재에 가장 필요한 것은 버냉키와 같은 '행동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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