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혁신성장의 전제는 자본시장 신뢰 구축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6 17:41

수정 2020.02.26 17:41

[특별기고] 혁신성장의 전제는 자본시장 신뢰 구축
저성장 국면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혁신성장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자본시장의 건전한 육성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국가별 가계자산 비중을 보면 한국은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중이 7대 3이고, 금융자산 중 45%가 간접금융인 은행의 예·적금에 편중돼 있다. 반면 미국은 70%가 금융자산인데 그중 15%만 은행의 예·적금이고, 주식 및 펀드시장이 30%에 이른다. 위험에 상응하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명한 자본시장을 제대로 구현해 모험자본의 주체가 민간이 될 수 있도록 자금의 물꼬를 혁신성장의 길로 바꿔줘야 한다.

그러려면 건전한 사모시장을 육성해 적시에 다양한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엔젤투자 등 자본조달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매우 긴요한 과제이다. 그런 이유로 정부는 최근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성장투자기구(BDC) 제도 도입은 물론 미국(Jobs Act, 2012) 및 유럽연합(EU) 제도(Prospectus Regulation, 2017)를 참조해 전문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사모 트랙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제도개선 노력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걸림돌들이 등장했다. 최근 문제가 된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 라임자산운용의 손실사태 등 사모시장에서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심각히 훼손하는 사건들로 인해 사모시장을 육성·발전시키기 위한 제도 혁신의 과정이 근본적으로 도전받고 있다. 이런 사고의 본질은 자본시장 내 구성원들의 전문가다움 부족, 탐욕, 비도덕성 혹은 임무태만 등이 원인이다.

물론 개선돼야 할 과제도 있지만 제도 혁신 자체가 유죄는 아니다. 규제에 앞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팔에 마비가 왔을 때 명의는 침 한 방으로 팔의 마비를 해결하지만, 비전문가는 근처에 10방의 침을 놓아 팔의 마비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 결과 다리에 마비를 가져오게 된다. 이것이 규제의 속성일 수 있다.

사모시장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처방을 통해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자본시장의 육성을 도모해야 한다. 한국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도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이 관건일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각종 규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노도강' '수용성' 등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시장은 여전히 과열상태다.

가계가 수익성과 안정성 등을 고려해 자금을 배분하고자 하는 것은 기본적 욕구다.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자금공급을 줄이고자 대출규제 등을 도입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가계자산을 투자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시장이 형성되지 않고서는 왜곡된 자금 흐름을 바꾸는 것은 불가하다. 끊임없는 풍선효과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자본시장을 더 신뢰할 수 있고 수익성을 기대하는 시장으로 육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본시장의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금융소비자와 접점을 이루는 금융회사들의 자정 노력과 진정한 전문가다움을 갖추려는 책임감이 우선이다.
그러나 기업은 이익 추구가 기본적 욕구이고, 불법행위를 제어하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모든 기업에 제대로 작동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도 현실적이진 않다. 따라서 중대한 자본시장의 신뢰 구축사업을 개별 금융회사의 법적·도덕적 기준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금융시장 모니터링과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제1항)이 더 적극적으로 사전예방 기능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 역시 필수적이다.

류혁선 KAIST 경영공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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