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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무너진 글로벌 증시… 투자자들, 안전자산으로 피난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5 18:12

수정 2020.02.25 20:31

코로나 확산 투자심리 위축
美증시 2년만에 최대 낙폭
금값 7년만에 최고치 경신
美 국채 사상최고치 근접
공포에 무너진 글로벌 증시… 투자자들, 안전자산으로 피난

【 서울·도쿄=송경재 기자 박종원 기자 조은효 특파원】 미국과 일본, 중국 증시를 포함한 국제 증시가 25일 코로나19의 범세계적인 확산에 따른 공포때문에 일제히 폭락세를 기록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 가격은 7년만에 최고치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고, 10년만기 미국 국채의 가격은 사상최고치에 바싹 다가섰다. '뉴욕증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코로나19 확산 흐름에도 오름세를 이어가던 증시가 한국과 이탈리아 등의 감염 확산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본격적인 조정장이 시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 주식시장 조정 시작됐나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225 평균 주가는 25일 전 거래일 종가보다 781.33(3.34%) 떨어진 2만2605.41로 거래가 끝났다. 이는 지난해 10월 2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이날 낙폭은 일본의 새 연호인 레이와 시대(2019년 5월 1일부터)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크다.
도쿄 증시 1부 전 종목 주가를 반영하는 토픽스 지수 종가는 이날 전 거래일 종가 대비 55.74포인트(3.33%) 내린 1618.26을 기록했다. 현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단기 거래 외에 장기적 관점에서 운용하는 투자자들마저 매도에 나서면서, 전면적인 하락세가 전개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해운·철강 등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1부 시장에서 무려 99%의 종목이 매도세를 기록했다. 같은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대비 0.60% 하락한 3013.05에 마감했다. 전날 0.28% 떨어졌던 상하이 지수는 이날도 반등에 실패했다.

아시아 증시의 부진은 전날 미국 증시에서 이미 예견됐다. 24일(현지시간) 대형 우량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1031.61포인트(3.56%) 폭락한 2만7960.80으로 주저앉았고,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주말보다 3.4% 내린 3225.89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3.7% 급락한 9221.28로 떨어졌다.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올 상승폭을 모두 상실하며 2년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디오퍼튜니스틱트레이더의 래리 베네틱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2위 경제국(중국)이 완전히 가동 중단됐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온전히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10~15% 주가 조정이 이제 시작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마감한 유럽 중시에서는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유럽600 지수가 3% 넘게 급락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의 닥스지수는 4% 폭락했다. 뉴욕증시의 공포지수로 부르는 VIX는 지난주말보다 7포인트 넘게 뛴 25.04로 올라 지난해 1월 3일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VIX는 시장 불안감이 높아지면 뛴다.

■ 돈은 안전자산으로

한국과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이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쏠림이 심화됐다.

금은 31.1g당 1.7% 뛴 1673.40달러로 올라 2013년 1월 이후 최고치로 뛰었고,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369%로 떨어지며 2016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사상최저치 1.36%에 바싹 다가선 상태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일시적인 침체 뒤 신속히 회복하는 'V'자 회복을 기대했던 시장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금융시장 폭락세가 성장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 조정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지, 아니면 지속적인 하락의 시작일지가 관건이 된 가운데 시장 흐름은 지속적인 추가 하락의 신호탄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12~18일 1주일간 안전자산인 금 가격 상승에 베팅한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적 투자자들의 계약은 가격 하락 계약보다 28만4206건이나 많았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앨라이언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크리스 재커렐리는 "바이러스가 통제될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비현실적인 것이 됐다"고 비관했다.

뱅크오브몬트리올의 금속 파생상품 거래 책임자 타이 웡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찾고 있다"면서 "지금 시장을 흔드는 것은 한국이다. 우리는 일찌기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확률을 급격히 높여잡기 시작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흐름으로 볼 때 시장에서는 7월말 이전 연준이 최소 한 차례 0.25%포인트 금리인하에 나설 확률이 85%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달 전만 해도 시장 예상 확률은 39%에 불과했다. dympna@fnnews.com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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