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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 메르스 이후 최대 하락폭… 가팔라지는 내수 위축 [코로나19 확산]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5 18:02

수정 2020.02.25 18:02

코로나19 충격 반영 안됐지만
2월 소비자심리지수 7.3P 급락
경기악화에 물가 하방압력 우려
28일께 종합소비진작대책 발표
코로나19 확산으로 25일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시차 출퇴근과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활용을 당부했다.뉴스1
코로나19 확산으로 25일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시차 출퇴근과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활용을 당부했다.뉴스1
소비심리, 메르스 이후 최대 하락폭… 가팔라지는 내수 위축 [코로나19 확산]
코로나19발 경제충격이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25일 발표된 소비자심리 지표가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와 동일한 수준으로 대폭 하락한 것이다.
더구나 조사기간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충격이 완전히 지표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소비자의 심리가 실제 지표보다 더 위축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소비자심리가 위축되면 내수엔 직격탄이다. 온라인 소비는 늘겠지만 전반적인 소매판매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오는 28일께 소비진작책을 핵심으로 하는 종합경기대책을 발표한다.

■'메르스' 충격 훨씬 웃돌듯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하락했다.

CCSI는 가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표준화한 것이다. 기준치 100 하회한다는 것은 과거(2003년 1월~지난해 12월) 평균치보다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낙관적으로 보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얘기다.

CCSI는 지난해 11월부터 계속해서 100을 상회하며 경기개선 기대감을 키운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충격으로 이달 심리가 비관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한은도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경기 관련 지수가 하락한 가운데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도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낙폭으로 보면 지난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여파와 같은 수준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CCSI는 7.3포인트 하락했다. 또 금융위기(2008년 10월 -12.7포인트)와 동일본 대지지(2011년 3월 -11.1포인트) 당시와 비교하면 낙폭이 작은 편이다.

문제는 실제 소비심리가 CCSI 지표 수준보다 더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조사기간을 보면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에 이뤄졌다. 한은 관계자도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서 심각해지기 직전까지 수치"라며 "국내의 심각해진 상황은 사실상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커지는 내수위축 우려

심리악화로 당분간 내수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경험한 바가 있다.

한은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여파가 있었던 지난 2015년 6월 소매판매지수는 전월 대비 7.4% 하락했다. 메르스로 인한 타격에 지난 2015년 2·4분기 민간소비도 전분기 대비 -0.1%를 나타냈다.

이날 발표된 2월 CCSI 지표에서도 내수 및 경기위축에 대한 신호들이 감지됐다. 취업기회전망CSI는 81을 기록, 전월 대비 7포인트 떨어졌다. 2018년 9월 이후 최대폭 감소다. 한은은 이에 대해 "경기인식 악화 등의 영향을 받았고, 코로나19에 따른 영향도 일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응답자들이 앞으로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한 달 전과 비교해 0.1%포인트 하락한 1.7%를 기록했다. 경기인식이 악화되면서 물가에 하방압력이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또 12·16 부동산대책에 이달 심리위축까지 더해지면서 주택가격전망 CSI는 112를 기록, 전달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2개월 연속 하락세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부진 상황과 코로나19 사태 영향이 겹치면서 소비자심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라며 "비대면 소비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지겠지만 전반적인 소비나 내수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수 반등 여부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달렸는데 지금의 확산세를 고려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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