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들쑥날쑥' 옷 사이즈… '골치 아픈' 소비자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5 17:38

수정 2020.02.25 17:38

국가공인 기준 있지만 강제성 없어
브랜드마다 기준 달라 구매 어려움
의류표준규격법 제정 청원도 올라
#. A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셔츠를 환불했다. M사이즈를 샀는데 다른 브랜드보다 사이즈가 작게 나온 것이다. 쇼핑몰에 항의할까 생각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사이즈로 인한 교환 요청은 '단순 변심'처럼 고객의 책임으로 처리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왕복 배송비 6000원을 내고 환불을 마친 A씨는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브랜드 마다 '제각각'

브랜드마다 각기 다른 의류 사이즈 탓에 일부 소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인터넷쇼핑은 옷을 입어보고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사이즈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으면 구매 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25일 의류 업계 등에 따르면 국가기술표준원은 한국인의 평균 신체 크기를 조사해 한국 산업 표준 규격(KS)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어서 시중에 유통되는 옷의 상당수는 해당 기준에 벗어나 있다. 특히 대형 의류 브랜드는 이른바 '브랜드 사이즈'라 불리는 자사만의 기준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실제 국내외 기반을 두고 있는 의류 브랜드 3곳의 남성 셔츠 M사이즈를 비교했을 때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었다. A브랜드의 가슴둘레는 88~96㎝인 반면, B브랜드는 96~100㎝, C브랜드는 110㎝로 조사됐다. A브랜드와 C브랜드는 최대 22㎝가 차이나 같은 사이즈라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 권장하는 M사이즈가 85~93㎝인 것을 고려했을 때 C브랜드는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국내 한 의류 브랜드 관계자는 "브랜드별로 추구하는 디자인이나 핏이 다르기 때문에 사이즈에도 브랜드의 특성이 반영된다"며 "특히 글로벌 브랜드는 외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외국인 체형에 맞게 제작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브랜드 내에서도 디자인에 따라 사이즈는 다를 수 있다"라며 "예컨대 M사이즈 와이셔츠는 가슴둘레가 93㎝인 반면, 맨투맨 티셔츠는 100㎝일 수도 있다. 표준 규격에 강제성이 없어서 일정 부분 자사 재량에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류 표준 규격 강제해야" 주장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류 표준 규격을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내 의류 표준 규격 사이즈 관련 법을 제정해 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자는 "옷 가게마다 사이즈가 달라서 의류를 구입하기 힘든 마당에 FREE사이즈, 원사이즈 같이 애매모호한 사이즈 의류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국내 의류 표준 규격 사이즈 관련법'을 제정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KS규정은 임의규정이라서 강제할 수 없다"며 "의류를 만들 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업자는 소재나 디자인에 따라 사이즈를 일정 부분 다르게 만들 수 있다.
정부가 이를 간섭한다면 브랜드의 창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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