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100m 달리기 하는 투자자 어떻게 막나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4 16:36

수정 2020.02.24 16:36

[기자수첩] 100m 달리기 하는 투자자 어떻게 막나
"이러다가 수도권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는 것 아닐까요?"

정부의 2·20 대책 발표 직후 지난 주말. 매물 계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투자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인천의 한 중개업소 풍경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요즘에는 투자자들 사이에 정보가 워낙 빠르다 보니 100m 달리기를 해야 물건을 겨우 잡을 수 있다"던 한 부동산 전문가의 말이 떠올랐다.

경기 안산시 중개업소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인근 대장 아파트 물건 호가를 묻자 "요즘에는 계좌를 받을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계약금부터 보내야지 매물 보고 사려면 늦는다"는 타박을 들었다.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이후 유력한 투자처로 거론되던 안시성(안산·시흥·화성), 김부검(김포·부천·검단), 남산광(남양주·산본·광명), 오동평(오산·동탄·평택) 등이 2·20 대책 발표 이후 더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대책 발표 이후 수용성 등 수도권 비규제지역 집값이 들썩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두달 만인 지난 20일 새로운 대책을 내놨다. 수원 영통·권선·장안구, 안양 만안구, 의왕시 등 수도권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조정대상지역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추는 내용이다.
12·16 대책으로 대출규제가 강화된 서울을 피해 다른 수도권 지역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줄을 조여 투자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 같은 핀셋대책은 또 다른 풍선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현장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의 부동산 정보를 공유하며 발빠르게 움직이는 투자자들은 대책이 나오기가 무섭게 또 다른 투자처를 찾아내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환경에서 법인대출과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다 대출을 받는다)'로 '100m 달리기'를 하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멈추게 할까. 정부가 핀셋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할 때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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