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민주주의 수정 통한 독재정권 회피책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3 17:57

수정 2020.02.23 17:57

[특별기고] 민주주의 수정 통한 독재정권 회피책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민주주의는 정치적 개념이고 자본주의는 경제적 개념이다. 민주주의나 자본주의의 대립되는 개념을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로 파악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역시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 등의 용어들은 프랑스 대혁명을 발생시킨 군주전제주의에 대항되는 개념이다. 기존의 군주전제주의는 국가의 권력이 군주에게 있는 데 반해 민주주의는 국민이 스스로 권력을 가진다. 프랑스 혁명의 주도 세력인 부르주아들은 이런 민주주의 이념 아래 사적 소유권 개념을 확립시켰고, 이 소유권한을 분배함에 있어 '큰 사회의 틀에서 가장 효율적 결과가 도출되는 시장'인 자본주의를 선택하게 된 셈이다. 이처럼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이론상으로나 역사적 과정에서 합이 잘 맞아 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의 사적 소유권 개념을 부정하면서 마르크스 이후의 다양한 사상가들이 사유재산을 부정하기 위해 정치적 개념까지 함께 논의, 정치와 경제가 혼용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마르크스와 레닌에 의해 체계화된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론이 퍼지고, 냉전시대를 겪으며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경제체제에 있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이다.

그런데 왜 공산주의는 독재의 상징이 됐을까. 공산주의의 최종점은 무정부주의이며 무계급사회를 지향한다. 이런 인식은 공산주의를 이용하는 독재자들 때문이다. 공산주의 사회는 사적 소유의 형태가 남아있는 공존의 사회에서 더 발전된 형태로 사적 개념을 완전히 부정하고 모든 계급이 사라지는 최종 단계를 이룬다. 그 과도기적 단계에서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독재자들은 이 과도기의 공산주의로 모든 인민을 구속하고 압박한다. 이처럼 역사적 사건들로 인해 왜곡된 공산주의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적으로 여겨지지만 공산주의는 사실 주권의 측면에서 민주주의와 유사한 개념이고 경제적 측면에서만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실제 피부에 와 닿는 경제에 관해서는 불평등심화, 인권상실 등의 문제로 수정자본주의화 됨에 반해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어떤 수정을 거치지도 않고 있다. 하지만 지금 정치상황을 보면 민주주의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과학기술과 지식의 축적이 이뤄졌음에도 여전히 정치제도는 아주 고전적인 '민주주의 제도'를 수선 한번 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새로 발생하는 여러 정치적·사회적 문제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진다. 최초의 민주주의는 군주전제주의에 대항, 인류가 발전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억압된 인권을 해방시키고 자유를 보장해 전 세계에 번영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이제는 발전의 기로에 서 있다. 단순히 과거 제도를 타파하는 것만으로는 앞으로 전진할 동력을 얻을 수 없다. 병이 있다면 이를 치료하는 것만으로 건강이 좋아질 수 있지만 병을 회복한 이후라면 운동을 통해 건강을 더욱 증진할 수 있다.
어쩌면 인류는 전제주의로 인해 병든 몸을 치료한 상태이고 현재는 치료보다 운동, 즉 수정된 민주주의를 통해 발전해야 할 상황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다수결'의 횡포는 우리가 이미 경험해 봤고, 공산주의처럼 누군가 악용한다면 이런 '다수결'이 독재정권을 탄생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변질돼 퇴색되지 않도록 갈고 닦아 기름칠할 시간이다.

임지석 법무법인 해율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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