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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재정조기집행 '一石多鳥 효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3 17:57

수정 2020.02.23 17:57

[차관칼럼] 재정조기집행 '一石多鳥 효과'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장기화, 소득격차 심화 등에 따라 재정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2019년, 2020년 예산이 전년 대비 9% 이상 증가했고 올해는 500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예산 규모는 당면 경제현안과 국민의 요구에 최대한 부응하겠다는 정책적 의지의 반영이다.

또한 확장재정과 재정 조기집행의 경제적 효과가 지난해 우리 경제에서 수치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건설·설비투자가 조정국면에 들어서고 한·일,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2·4분기 이후 적극적으로 재정집행을 관리한 결과 경제성장률 2.0%, 정부기여도 1.5%포인트를 달성했다. 특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주목받던 경제성장률 2.0%를 지켜내며 민간 경기가 어려울 때 정부 재정이 버팀목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5년간의 재정집행 현황을 살펴보면 중앙정부는 책정된 예산 중에서 평균 96%를 집행했지만 16조원을 집행하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는 평균 86%를 집행해 45조원이 이월·불용됐다. 지방교육청은 평균 91%를 집행하고 6조원을 사용하지 못했다. 전체 미집행 규모는 67조원으로 지난해 중앙정부 추경규모(5조8000억원)의 10배를 넘는 규모였다.

따라서 정부는 책정된 예산을 최대한 집행해서 당초 정책목표를 계획대로 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더더욱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계획된 예산을 연도 중에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재정 조기집행 등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약속한 사항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경기회복이라는 경제적인 효과도 달성하려고 한다.

우선 재정 조기집행 시 집행액 자체에 재정승수만큼 배가(倍加)된 파급효과가 우리 경제에 발생한다. 이는 민간부문을 포함한 우리 경제 전체에 회복의 마중물이 된다. 또한 적정 수준의 조기집행 목표를 설정하고 집행을 철저히 관리한다면 연도 말의 이월·불용액이 최소화되는 만큼 실질적인 재정 확장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심리적 측면까지 고려하면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대내외 부정적 요인들로 국민의 불안심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부정적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국민들 사이에 '경기침체가 장기화된다'는 확증편향의 오류(Confirmatory bias)가 확산될 수 있다. 민간분야가 침체에 대비해 소비·투자를 더 줄인다면 경기상황이 실제로 악화돼 대한민국 경제는 더 큰 위기에 처할 위험이 있다. 이런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고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재정집행이 절실하다.

지난 1월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경제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또 맞게 됐다.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 제조업 공장 생산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국민의 경제활동 및 소비심리가 위축돼 경제의 각 부문이 잔뜩 움츠리고 있다.

과도한 불안감과 공포감으로 민간이 위축된 가운데 정부가 다시 한번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 가장 필요한 시기에 가능한 한 많이 그리고 어느 때보다 효율적으로 재정을 집행해야 한다.
급한 불을 끄고, 민간의 긴장을 풀어줘 국면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더욱 재정 조기집행이 중요해졌다.


정부는 올해 책정된 예산을 가능하면 100% 집행되도록 해서 '꿩 먹고 알 먹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효과를 가져오도록 할 것이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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