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란, 21일 총선 실시…보수파 승리 유력·투표율 낮을 듯

뉴시스

입력 2020.02.21 10:40

수정 2020.02.21 10:40

헌법수호위, 후보자격 심사서 중도개혁성향 대거 탈락시켜 경제 회복 실패, 국정 난맥 등으로 중도개혁파 신뢰 상실 보수파와 초강경 보수파 간의 경쟁 구도
[테헤란=AP/뉴시스] 이란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7일(현지시간) 테헤란 국회의사당에서 미국의 폭격으로 숨진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사진을 들고 미국을 성토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02.21
[테헤란=AP/뉴시스] 이란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7일(현지시간) 테헤란 국회의사당에서 미국의 폭격으로 숨진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사진을 들고 미국을 성토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02.21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이란 의회(마즐리스) 의원 290명을 뽑기 위한 총선거가 21일 이란 전역에서 치러진다.

이번 총선은 지난 2018년 미국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이다. 따라서 이란인들이 미국과 협상을 지지하지 않는 보수 강경파가 의회 주도권을 확보할지, 이를 지지하는 중도 개혁파가 주도권을 유지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는 중도 개혁세력이 승리했다.


이란은 다음해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번 총선 결과는 대선 결과를 전망해볼 수 있는 일종의 '풍향계'로도 꼽힌다. 지난 대선에서는 JCPOA 체결의 여파로 중도 개혁 성향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당선됐다.

21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과 CNN,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총선 투표는 31개주 208개 선거구, 5만5000개 투표소에서 치러진다. 유권자는 5800만명이다.

총선 입후보자는 7000여명이다. 1만5000여명이 출마를 신청했지만 헌법수호위원회는 중도 개혁 성향 후보들을 중심으로 7296명을 '자격 미달' 등 이유로 탈락시켰다.

이슬람 성직자와 법학자들로 구성된 헌법수호위는 입후보자가 이슬람 율법과 헌법에 부합하는지 자격 심사 권한을 갖고 있다.

중도 개혁 후보의 대량 실격은 중도 개혁 세력의 의회 진입을 막을 수 있는 만큼 큰 반발을 초래했지만 헌법수호위는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 CNN은 핵협상 당시 공언했던 경제 회복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중도 개혁세력이 헌법수호위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분석했다.

알자지라도 중도 개혁세력이 경제 회복 실패, 국정운영 난맥, 시위대 강경 진압, 민간 여객기 오인 격추 등으로 지지를 잃어 의회에서 다수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 복원 이후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33.5%에 달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다. 지난해말 정부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유가를 인상하자 항의시위가 전국에서 벌어졌고, 정부가 강경 진압하면서 많은 시위대가 죽거나 다쳤다.

지난 1월 미국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한 이후 이란 전역에서 대규모 반미 집회가 전개됐지만, 이란군이 민간 여객기를 오인 격추하고도 이를 은폐하고 미국에 책임을 돌리다가 증거가 나오자 결국 실토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정권 퇴진 요구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알자지라는 미국 테네시대 교수인 세이드 골카르 교수 등을 인용해 중도 개혁파의 집단 실격으로 이번 선거가 지난 2015년 핵협상을 지지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파르 전 테헤란 시장을 중심으로 한 보수파와 핵협상을 거부한 '페이다리(Paydari) 전선' 같은 초강경 보수파간 경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은 중도 개혁 성향 후보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수 강경파의 압도적인 승리가 확실하다면서 관건은 투표율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최대 압박 전략을 구사 중인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높은 투표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CNN은 이란 국민의 체제에 대한 환멸이 커지고 있다면서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고 점쳤다. 알자지라도 이란 국민이 중도 개혁과 강경 보수 양세력에 모두 불만을 갖고 있고 선거를 통한 변화 가능성에 회의적이라면서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강경 보수세력이 의회 다수를 점하게 되면 중도 개혁 성향인 로하니 대통령은 국내 정치와 경제 분야 행보에 제약을 받게 된다.
이란 의회는 법안 제정과 예산 승인, 국제 조약과 협정 승인권을 갖고 있다.

다만 하메네이가 국가안보와 외교정책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만큼 총선 결과에 따른 이란의 대외정책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이번 총선 결과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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