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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코로나19에 뚫린 '청정지역 제주’… '대유행' 불안증폭

뉴시스

입력 2020.02.21 10:18

수정 2020.02.21 10:18

21일 확진발표에 지역사회 감염우려 도민사회 팽배 ‘무사증 중단’으로 한숨 돌리다 “올 것이 왔다” 충격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제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양성 반응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20일 오후 제주대학교 병원 선별진료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20.02.20.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제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양성 반응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20일 오후 제주대학교 병원 선별진료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20.02.20.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 강정만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 환자가 지난달 20일 첫 발생한 후 딱 한 달 만에 제주에서도 대구를 다녀온 22세 남성 군인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제주도 당국은 물론 지역사회가 "이러다 지역사회 감염 대유행에 놓이는 것 아니냐" 며 불안에 떠는 모습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1일 새벽 1·2차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해군 소속 군인 A(22·대구)씨의 검사결과를 ‘확진’으로 판정해 제주특별자치도에 통보했다. 이 첫 확진자는 제주공항인근부대 취사병이어서 전파 가능성이 큰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도는 역학조사에 나서면서 신천지대구교회와 연관이 있는지도 조사 중이다.


20일 도 당국의 첫 양성 발표 이후 예상됐던 결과지만 도민들은 충격 속에 “더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으면...”하고 기대한다.

지난달 27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린 제주특별자치도는 매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응방역 상황을 안내하면서도 ‘코로나 발생 청정지역’임을 내세워 왔다.

도는 특히 지난 4일 제주생명산업인 관광업의 막대한 타격을 각오하면서도 ‘무사증 중단’이라는 ‘강수’로 중국인 관광객을 막고 지난 달 25일 제주를 다녀간 중국인 관광객의 확진 통보 이후 동선을 샅샅이 조사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한숨을 돌리고 있던 중이었다.

실제로 이번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까지 제주도내 코로나19 관련 검사건수는 지난 19일 현재 집계로는 126건이었지만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번 확진자 발생으로 제주도가 ‘코로나 청정지역’이라는 브랜드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데다, 지역사회 감염이 언제까지, 어디로 확산될지 모르는 상황을 놓고 도 당국은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응방역에 초비상을 걸었다.

도 당국은 20일 오후 이번 확진자의 양성반응이 나온 후 역학조사를 실시하면서 즉각 모든 동선을 공개하고 관련자들을 자가격리 했다.

제주는 많은 사람이 교류하는 관광지여서 바이러스의 침입에 취약점을 갖고 있으면서 또한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바다로 둘러 쌓인 제주 섬 특성상 효과적인 방역대응을 할 수 있다는 주장들이나온다.

배종면 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제주대의전원 교수)은 “제주는 섬이어서 공항과 항만 등에서 발열 감시 등 검역을 강화한다면 외부에서 병원균이 들어오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서울과 같은 지역은 지역이 워낙 넓어 사람들의 이동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파악에 한계가 있어 제주도와 같은 검역은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제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양성 반응을 보인 군인 A(22·대구)씨가 20일 오후 제주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0.02.20.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제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양성 반응을 보인 군인 A(22·대구)씨가 20일 오후 제주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0.02.20. woo1223@newsis.com
배 단장의 말처럼 이제 제주의 검역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가 떠오른다. 공·항만에서 입도객과 제주를 출발하는 사람들의 발열감시는 물론 무증상자일지라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지역에서 오는지 아닌지를 감별할 검역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른바 ‘공포반응의 관리’에도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이럴수록 도를 비롯한 당국은 코로나19의 감염경로, 증세, 대처법과 예방법을 상세하게 매번이고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점에서 원희룡 지사가 이 확진자의 양성반응이 나온 직후인 20일 밤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모든 정보를 도민과 공유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도민과 정보의 공유와 협조는 지금 제주도민이 마주한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써먹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도민들도 이제 “과연 이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괴물’이 어디로 튈지...”에 숨을 죽이면서 떨 것이 아니라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결기'를 내보여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는다.

김재근씨(72·제주시 외도동)는 “결기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며 “당국이 홍보하는 대로 37.5도 이상 발열 증세가 있으면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보건소나 병원 선별진료소를 방문해서 상담받아야 한다.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보자고 제안하면 따라줘야 한다. 손을 자주 씻고 기침예절을 지키는 등의 개인위생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라고 말했다.

또 집단모임을 자제하고 행정당국은 지금부터 모든 행사를 연기해야 한다는 지적들도 잇따른다. 사람이 모이면 그 만큼 감염 리스크가 커지는 게 바이러스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흔히 사용되는 ‘도민을 하나로 모은다’는 뜻의 ‘도민통합’이라는 말은 이제 코로나19의 제주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정치적 수사가 아닌 도민생존을 위한 표현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계숙씨(45·회사원)는 “어제(20일) 확진자 발생 소식을 듣고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괴물과의 사투 속에서 제주도민의 실존은 흔들릴 수 없다”며 “도민들이 힘을 합해 싸워야 한다.
생존을 위해 도민들이 이념적·정치적 편가르기를 할 것이 아니라 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도민통합으로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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