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라임펀드 투자자 얼마 배상받나…'사기혐의' 입증이 관건

뉴스1

입력 2020.02.20 06:12

수정 2020.02.20 06:12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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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 모습. 2020.2.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 모습. 2020.2.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금융감독원이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운용에서 사기 혐의를 적발하면서 자(子)펀드 투자자들의 배상 비율이 주목된다. 법원이 사기 혐의를 인정하면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어 100% 배상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기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된다면 금융감독원이 분쟁조정 과정에서 100% 배상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다른 모(母)펀드 3개에 대해서도 수익률 조작, 손실 돌려막기 등 사기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기 혐의 입증 여부와 배상 규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금감원에 따르면 환매 중단된 모펀드 4개의 설정액은 Δ플루토 FI D-1호 9391억원 Δ테티스 2호 2963억원 Δ플루토 TF-1호 2408억원 ΔCredit Insured 1호 2464억원이다.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는 주로 국내 사모사채와 메자닌 등 국내자산에 투자했다.
나머지 2개 펀드는 P-note(약속어음) 및 해외무역채권 등 해외자산에 주로 투자했다. 환매 중단 이전인 지난해 9월말 순자산 대비 손실률은 플루토 FI D-1호 46%, 테티스 2호 30%로 집계됐다.

무역금융펀드로 불리는 플루토 TF-1호에 딸린 자펀드는 모두 38개다. 여기에 개인투자자가 총 1700억원 정도 투자했다.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회계실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폰지 사기 사건에 휘말린 점을 감안할 때 전액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금감원은 보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운용과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가 무역금융펀드의 기준가를 임의로 변경하는가 하면, 부실을 은폐한 채 펀드를 판매한 사기 혐의를 적발했다. 무역금융펀드를 놓고 100% 배상 가능성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사기 혐의 때문이다. 금감원은 라임운용과 신한금투에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5일 검찰에 이를 통보했고, 검찰은 19일 이들 금융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향후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사기 혐의가 입증되면 투자자는 펀드 계약 자체를 취소해 판매사로부터 투자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계약 취소에 따라 투자금 전액이 반환된 사례가 아예 없지는 않다. 지난 2016년 4월 대법원은 피닉스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 제14호 펀드 관련 사건에서 펀드 계약 취소 주장을 받아들여,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서는 법무법인 한누리가 투자자들을 대리해 계약취소 및 투자금 전액 반환 청구 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18일까지 투자자 150여명이 한누리 측에 관련 소송에 대한 문의를 했다. 소송 기간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4~5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금감원이 100% 배상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중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조정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다만 금감원은 아직 100% 배상안 등 구체적인 피해구제 방안을 결정한 바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배상비율은 분조위에서 결정하는 것인데, 지금 배상비율이 몇%라고 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아직 사기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단계도 아니다. 신한금투는 본인들은 몰랐다고 얘기하고 있는 만큼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 계약 자체가 취소될 경우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주체는 라임운용이 아니라 판매사가 된다. 하지만 라임운용과 신한금투가 사기를 쳤는데, 판매사가 투자금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판매사들이 이를 순순히 수용할지는 미지수이다. 무역금융펀드는 신한금투가 가장 많은 888억원 어치(설정액 기준)를 팔았고, 다른 은행·증권사 8곳이 총 1550억원 어치 판매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펀드 부당운용으로 인한 분쟁조정 결과 판매사 뒤에 있는 자산운용사가 배상을 한 사례는 없다"면서 "사기의 주체가 라임운용과 신한금투가 된다면, 사기에 가담하지 않은 판매사들은 어떻게 할지가 법률적으로 매우 민감하다. 그렇기 때문에 금감원이 분쟁조정 과정에서 한스텝, 한스텝 굉장히 조심스럽게 갈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펀드 판매사인 한 은행의 관계자는 "이에 관해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다른 모펀드 3개의 운영과정에도 사기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게 입증되면 투자자는 환매 재개에 따라 돌려받을 투자금 이외에, 손실분에 대해서도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금감원은 3개 모펀드에 대해서는 불완전판매 여부를 우선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불완전판매는 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증이 쉽지만 과실상계 등이 적용돼 손해액의 전액배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경우 배상은 통상 운용사와 판매사가 함께 하게 된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구현주 변호사는 "금감원의 무역금융펀드 관련 발표를 보면 향후 펀드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결정이 분쟁조정을 통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금감원의 100% 배상비율 등 전향적인 결정이 이뤄진다면 이례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개 모펀드와 관련해서는 단순한 불완전판매로 일정 비율의 배상만 이뤄질까 우려된다"면서 "3개 모펀드도 수익률 조작에 따른 돌려막기 등 부실운영이 이뤄져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만큼의 사기 혐의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누리는 조만간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 계약취소 및 투자금 전액 반환 청구 소송에 나서는 한편 3개 모펀드와 관련해 판매사들을 사기 등 혐의로 추가로 고소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3월 초 합동현장조사단을 구성해 현장조사에 착수하며 분쟁조정의 첫발을 뗀다. 이달 14일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227건의 라임운용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분쟁조정 신청에 대한 조사에 나서는 것이다.
4~5월에는 내·외부 법률자문을 통해 사기 및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 착오 등에 의한 계약취소 등 피해구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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