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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강도 중국 압박… 화웨이에 반도체 장비 공급도 막는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8 17:58

수정 2020.02.18 17:58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세계 반도체 공급망 휘청일듯
대만 TSMC 최대 피해 예상
미국 행정부가 코로나19 발목에 잡힌 중국을 겨냥해 제재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 행정부가 중국 화웨이를 겨냥해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15일 중국에 항공기 엔진 수출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중 압박 강화가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연초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음에도 코로나19에 주춤하는 중국을 강도 높게 압박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미국, 중국 때리기 가속화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핵심 반도체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 이 장비를 통해 생산된 반도체의 대중 수출까지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 상무부의 '외국 직접 생산 규정'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외국 기업들이 군사용이나 국가 안보 관련 제품에 활용되는 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제한된다.


개정안이 이같은 내용으로 확정되면 미 당국은 미 반도체 장비를 구입하고 사용하는 전세계 업체들이 중국 화웨이 테크놀러지스에 반도체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다. 이같은 조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수개월에 걸친 미국의 일련의 조처 가운데 하나다.

소식통은 "미 행정부는 전세계 어떤 반도체 공장에서도 화웨이를 위해 어떤 제품도 만들어내지 않기를 원한다"면서 "그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제한 대상은 화웨이지만 결국에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중국 반도체 업체 전체가 규제 대상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같은 논의는 벌써 수주째 진행돼 왔지만 초안이 만들어진 것은 최근의 일로 당초 논의되던 내용에서 계속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안이 시행되면 미 기업들은 해외 공장을 통한 화웨이 납품 역시 제한을 받게 된다.

반도체는 항공기 엔진과 더불어 중국이 수년간의 막대한 투자에도 여전히 대미 의존의존도를 벗어나지 못한 핵심 분야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조처가 현실화하면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산 장비를 대체할 장비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외 다른 기업에도 불똥 우려

중국 이외 반도체 생산업체들에도 불똥이 튀어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전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주요 고객인 화웨이를 버릴 것인지, 아니면 마땅한 대체품이 없는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포기할 것인지 양자 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최대 피해 업체로 대만의 TSMC가 꼽힌다. TSMC는 지난해 총 매출 350억달러 가운데 10% 이상을 화웨이의 반도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 납품으로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매출의 10% 이상인 화웨이를 포기하게 되면 TSMC는 심각한 실적 저하와 연구개발(R&D) 투자 비용 감소를 각오해야 한다.

미국내 반도체 장비 공장을 갖고 있지 않고 설계만 하는 반도체 설계 업체들도 충격이 불가피해진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 램 리서치 등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계장치인 반도체 장비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장비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자체 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만 하고 생산은 대만 TSMC 같은 해외 반도체 공장에 위탁하는 미 반도체 업체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함께 기존 규정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생산 기여도가 25%를 밑돌 경우 첨단 장비의 대중 수출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상무부는 이를 1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에 반대했던 국방부가 반대를 철회하면서 행정부내 이견도 없어진 상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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