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4·15총선을 두 달가량 앞두고 급조된 터라 갈 길이 먼 느낌도 든다. 특히 안철수 전 의원이 중심인 '국민의당' 등이 가세하지 않아 중도·보수층을 온전히 아우르는 데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통합당은 이런 의구심을 씻어내야 지지층의 외연을 넓힐 수 있을 법하다. 울산 선거개입 의혹 등 문재인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댈 게 아니라 새 지도부 구성을 통해 구태에 찌든 인물을 더 솎아내고 새 피를 수혈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 중요한 건 야권이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고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라. 상당한 비중의 민심이 무능한 데다 독선적으로까지 비치는 여권에서 떠나고 있지만 야당에도 마음을 주진 않고 있다. 현 여당이 "야당 복 하나는 타고 났다"는 말이 괜히 나오겠나. 적잖은 국민이 자신의 살림살이를 더 나빠지게 한 역설을 빚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 등 정부의 실책에 실망하고 있지만 "야당이 집권하면 뭐가 달라지는데?"라고 묻고 있다. 야권이 자중지란이나 벌이면서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국민이 희망을 걸 순 없는 건 당연하다.
우리는 통합당 출범이 선거철마다 재연되는 합종연횡의 일환이 아니길 바란다. 국민에게 어필할 가치를 담은 청사진이 빠져선 곤란하다는 말이다. 그저 표를 얻기 위한 '반문 연대'라는 정치공학의 산물이라면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어서다. 무엇보다 자유와 시장 질서를 존중하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진 자의 도덕적 책무)에 입각한 품격 있는 보수의 깃발을 드는 게 더 중요함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