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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코로나19의 경영학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7 18:02

수정 2020.02.17 18:02

[fn논단] 코로나19의 경영학
작금의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다음 두 가지 사실은 확실한 것 같다. 하나는 언젠가 반드시 종식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까운 미래에 또다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 사태의 종식만 조급하게 기다리기보다는 근원적으로 국가의 위기경영 능력을 키우는 데도 주안점을 둬야 한다.

특히 국가적 재난·재해는 무능한 기존 질서와 쌓여있던 적폐를 드러내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태풍으로 뿌리가 돌출되고, 가뭄으로 강바닥이 드러나듯이 우한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 코로나19의 창궐은 무력한 중국 의료체계와 비민주적 중앙통제의 민낯을 인민들에게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우리의 경우 2015년 나라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늦은 초동방역, 공무원 복지부동, 혼란한 의사결정 체계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감염병 관리역량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위기를 그저 피하고 덮으려는 속성 때문이다.

위기경영은 재난 발생 이후에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 재난을 통해 드러난 실패와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는 단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재난 종식 이후에도 혁신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2016년 1월 감사원이 메르스 대처 실패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바로 그해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고, 4년 후인 지금 코로나19가 습격해 왔다. 따라서 위기 종식은 또 다른 위협의 예고일 뿐이다. 엄중한 감사로 책임을 묻고, 공을 세운 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 요식 행위로는 결코 감염증 재난을 막을 수 없다.

과거 메르스 사태를 일선에서 지켜봤던 한 고위층 인사는 감염증과 같은 국가적 재난에 가장 중요한 대처법은 '투명'과 '훈련'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정부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의사결정은 신뢰 확보에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통제력까지 잃는다면 걷잡을 수 없는 국가적 위기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불투명한 대처가 인민의 신뢰를 잃어가면서 정치적 위기로 몰려가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사 속에는 역병이 창궐하면서 국가가 무너지는 장면이 적지 않게 나온다. 이는 감염증 재난이 비단 의료분야의 문제만이 아님을 증명한다.

두 번째 대처방안으로 제안된 '훈련'도 말같이 쉽지 않지만 근원적 해결책임은 틀림없다. 문제는 평화 시에도 전쟁 준비를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리더십이다.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대선 주자들이 공공의료체계와 관련한 공약을 앞다퉈 내고,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도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감염병 대책이 아직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 일반의 평가다. 그만큼 평소의 재난훈련과 시스템 구축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점점 더 일상화되고 있는 국가적 재난에 맞서기 위해 평소에도 공공부문과 민간이 협력하고 국민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선진 의료보건과 안전에 대한 비전이 제시돼야 하며, 실패를 감추기보다는 자산화하려는 용기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리는 수년 만에 불현듯 닥치는 위기를 예외적이고 관리 밖에 있는 '우연'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사건이 세상을 뒤바꿔 놓는 고변동성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상시적 위기경영이 필요한 이유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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