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여론몰이에 왜 가야 하죠"..추미애 회의 소집에 검사장들 '한숨'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7 15:23

수정 2020.02.17 15:23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수사 상황을 잘 아는 검사가 기소해야지, 잘 모르는 검사가 기소하는 게 말이 됩니까"(지방검찰청 A검사장)
"수사검사의 기소권한을 제한하려는 것은 명백히 위법입니다"(검사장 출신 B변호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거절당한 수사·기소주체 분리제의 정당성을 다시 설득하기 위해 전국 검사장 회의 소집을 통보하자 검찰 안팎에서는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위법성 소지는 물론, 공판 검사의 수사 이해도가 떨어져 자칫 재판에서 오판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검사장은 "최근 인사로 업무가 바쁜데, 추 장관의 여론몰이에 왜 가야 하냐"며 분통을 터트리기까지 했다.

■"여론몰이에 가야 합니까"
17일 일선 검사들에 따르면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이 검찰 수사와 기소 분리 추진 등을 위해 오는 21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자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3일 전국 6개 고등검찰청 검사장과 18개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회의 개최를 알림과 동시에 참석을 요청했으며,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에도 취지를 전달했다.

추 장관이 제시한 '수사 검사 따로, 기소 검사 따로'는 직접주의·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형사소송법 구조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수의 검사장은 회의 소집 취지 자체가 위법성이 있는 수사·기소주체 분리를 위한 추 장관의 여론몰이에 불과하기 때문에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한 지방검찰청 C검사장은 "수사·기소주체를 분리한다는 자체가 위법인데도 이를 추진하는 추 장관의 의도가 궁금할 뿐"이라면서 "검찰개혁이 아니라 마치 검찰의 힘을 빼기 위해 몰두하는 사람 같이 보인다"고 털어놨다.

현 검찰청법 4조는 '범죄수사, 공소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사항'을 검사의 직무와 권한으로 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형사소송법 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해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수사검사는 수사만 한다'식으로 법 개정을 해야 수사·기소주체 분리가 가능한데, 이를 추 장관이 역행한다는 것이다.

업무 강도가 높은 상황에서 수사 검사와 공판 검사를 일일이 나누는 것 자체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공판 검사가 수사 상황을 이해 못 하면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D검사장은 "한 공판검사가 일반 사건의 공소유지만 수백건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기소까지 담당하면 어찌 되겠냐"고 반문하면서 "그간 수사 검사가 주요 사건에 대해 기소하고 공소유지를 하는 것은 수사 상황을 잘 알아 효율적으로 공소유지를 한다는 차원인데, 수사·기소주체를 분리한다면 오판으로 재판이 산으로 갈 수 있다"고 토로했다.

■"검찰을 이해해 줬으면..."
통상 권력형 비리 등 주요 사건은 수사 부서의 검사가 기소 및 공소유지를 하고, 일반 사건 공소유지는 공판부 검사가 주로 해왔다. 주요 사건의 경우 검찰 수사기록이 수만쪽에서 최대 십여만쪽에 달하는 광대한 분량을 공판 검사가 다시 검토하고 이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이같이 역할 분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E검사장은 "최근 법무부 인사가 나서 새 업무에 적응에 애를 먹는데, 여론몰이에 동참하기 위해 (법무부) 청사까지 지방에서 가는 게 어이가 없다"며 "검찰을 제대로 이해하는 법무부 장관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총장은 지난 13일 부산지검을 방문해 일선 검사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직접 심리를 한 판사가 판결을 선고하듯, 검찰도 수사한 검사가 기소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판사가 직접 당사자의 주장을 듣고 증거를 조사해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직접주의' 개념이 검찰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게 윤 총장의 입장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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