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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대금 500억 때문에…2400억 넘게 팔린 펀드 부실 숨겼다 [금감원 라임 실사 결과]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4 18:04

수정 2020.02.14 18:04

당국 '사모펀드 개선안' 내놔
비유동성 자산 50% 넘으면
공·사모 모두 개방형 펀드 금지
판매사도 펀드 운용점검 의무
'플루토 TF'부터 우선 분쟁조정
환매대금 500억 때문에…2400억 넘게 팔린 펀드 부실 숨겼다 [금감원 라임 실사 결과]
"이 펀드 손실을 저 펀드에 전가하고, 펀드 간 우회 자금지원하고, 개인적 이득 취하고…."

금융감독원이 14일 발표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검사 결과에는 총 1조6679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중단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이 드러났다. 유동성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수익추구 위주의 펀드를 설계하는 등 온갖 불건전 운용사례가 쏟아져나와서다.

■독단적 운용 등 불건전 영업행위

중간검사 결과에 따르면 라임운용은 고수익을 위해 투명성이 낮은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개방형 혹은 만기가 짧은 단기폐쇄형 구조로 펀드를 설계해 유동성 리스크를 야기했다. 그뿐만 아니라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등 레버리지를 활용, 원금 이상의 자금을 사모사채 등 투명성이 결여된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했다.

무엇보다 내부통제나 심사절차 없이 도주한 이종필 전 라임운용 부사장을 중심으로 펀드를 운용해 불건전한 영업행위가 발생했다. 일례로 라임은 A펀드가 투자한 코스닥 법인의 전환사채(CB)가 감사의견 거절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B펀드를 통해 신용등급과 담보가 없는 M법인의 사모사채를 인수하고, M법인은 그 자금으로 다시 A펀드의 CB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A펀드의 손실을 회피했다.


라임은 환매 대응 등 자본시장법상 허용된 펀드 간 자전거래 요건에 해당되지 않자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 펀드를 이용하기도 했다. 일부 임직원은 직무상 얻은 정보로 전용펀드를 이용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특히 라임과 프라임브로커인 신한금융투자는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해 사기 혐의가 있는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했다.

신한금투는 지난 2018년 11월 미국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의 해외 사무수탁사로부터 펀드 부실과 청산절차 개시와 관련한 e메일을 받았으나 500억원 규모의 환매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라임과 함께 5개 펀드를 합쳐 모자형 구조로 변경, 정상 펀드로 부실을 전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라임과 신한금투가 IIG펀드에서 1000만원 규모의 손실 가능성과 BAF펀드의 폐쇄형 전환 가능성 등을 통보받고도 싱가포르 소재 무역금융 중개회사(R사)의 계열사인 케이맨제도 특수목적법인(SPC)에 해외 무역금융펀드를 장부가로 처분, 약속어음(P-note)을 받는 구조로 변경하는 등 사기 혐의가 있다고 봤다.

■분쟁조정 및 재발방지 나선다

금감원은 먼저 무역금융펀드에 대해선 불법행위가 상당부분 확인됐다는 점에서 신속히 분쟁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오는 4~5월 내·외부 법률자문을 통해 피해구제 방안을 검토하고, 상반기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해 조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분쟁조정2국, 민원분쟁조사실, 각 권역 검사국이 합동현장조사단을 구성해 다음달 초 사실조사에 착수한다. 무역금융펀드 이외 펀드의 경우에도 시장 혼란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3자면담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이른 시일 내 확인할 예정이다.

금융위도 이날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앞으로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은행들은 운용사와 별도로 펀드 운용에 대한 점검 의무도 함께 짊어진다. 판매사들은 사모펀드가 규약과 투자설명 자료에 부합하지 않게 운용되면 점검 결과에 따라 운용사에 시정요구를 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또 공·사모 구분 없이 비유동성 자산 투자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은 펀드는 수시로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 설정이 금지되고, 개방형 펀드는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가 의무화된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김현정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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