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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 秋 검사장 회의에 "취지 공감" "정치적 영향 우려"(종합)

뉴스1

입력 2020.02.14 17:01

수정 2020.02.14 17:01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1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현안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2020.2.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1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현안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2020.2.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과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자료사진) © 뉴스1
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과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자료사진) © 뉴스1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손인해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전국 검사장들을 불러 검찰 개혁에 관한 회의를 여는 것을 놓고 검찰 내부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장관 주재로 열리는 검사장회의는 2003년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소집한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자는 취지에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중립성이 요구되는 검찰에 정치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단지 검사장을 불러모으는 것만으로 검찰 개혁에 관해 제대로 된 토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17년 만에 열리는 장관 주재 검사장회의…"이례적이다"

법무부는 오는 2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7층 대회의실에서 '검찰개혁 관련 전국 검사장 회의'를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를 위해 13일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와 6개 고등검찰청 검사장, 18개 지방검찰청 검사장들에 참석 요청 공문도 보냈다.

추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검사장들을 만나 수사권조정·공수처 법안의 하위 법령 제정, 수사·기소 판단 주체를 달리하는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 검찰의 수사관행과 조직문화 개선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추 장관은 앞으로도 검사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검사장회의는 통상 검찰총장 주재로 진행된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 시절에는 매년 1~2차례 검찰 간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끝난 뒤엔 대통령과 식사를 함께 하는 연례 행사가 있었다.

하지만 참여정부 첫 해인 2003년 6월 강금실 당시 법무부장관 주재로 회의가 열리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만난 뒤, 검사들이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라 한동안 열리지 않았다.

5년 만인 2008년 6월 김경한 당시 법무부 장관 주재로 검사장회의를 열고 회의 후 이명박 대통령과 만찬을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회의 주재자인 장관이 사퇴를 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등 시국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대통령과의 만남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로는 검사장회의가 끝나고 장관과 비공식적으로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을 뿐 공식적인 만남은 없었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서 장관이 직접 주재하는 검사장회의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정치적 중립성 훼손" "심도있는 토론 어렵다" 지적도

일각에서는 법무부에서 밝힌 대로 일선 검사장들의 진솔한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사권자인 장관이 직접 참석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지검장은 "청와대와 식사를 하는 자리가 아닌, 법무행정의 지휘권을 갖는 법무부장관이 회의를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리 자체를 만드는 것에 대해 적절한지 부적절한지를 따질 것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일선의 의견을 가감없이 수렴하겠다는 취지라면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일선 검사장의 검찰 개혁에 관한 의견과 우려를 진솔하게 듣고 정책에 반영해 준다면 좋을 것"이라며 "우리는 소통하는 자리가 되길 원하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회의가 아닌, 일선 검사장들의 검찰 개혁에 관련된 생각과 우려를 듣는다면 좋은 회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려섞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차장검사는 "장관이 일선 검사장들을 보고 싶어도 그동안 공식적으로 회의를 열지 않았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며 "이는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권과 연결될 수 있다"며 "의사소통 방식에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어떤 방식을 택하는 지에 따라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을 통해 검사장의 의견을 받아 소통하는 방식이 아닌, 장관이 직접 회의를 소집하는 방식 자체가 일방적으로 읽힐 수 있다는 취지다.

또 다른 검사장은 주제가 광범위한 상태에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검찰 개혁 안을 만들기 전 일선 검사들의 얘기를 듣고 방향을 잡겠다고 했지만, 보다 심도있는 토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주제에 대해 미리 연구할 수 있도록 법무부에서 그 내용을 공유하는 게 먼저라는 취지다.

이 검사장은 "회의 주제가 너무 막연하면 18명 검사장이 주제와 다르게 다른 얘기할 수 있다.
'수사관행 및 조직문화 개선'이란 주제에 대해서도 '니 죄를 니가 알렸다'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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