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사회주의자' 샌더스 약진에 월가 "트럼프처럼 경제 망칠 것"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3 18:13

수정 2020.02.13 18:13

상위 1% 부자에 부유세 공약
골드만삭스 前 회장 등 비난
대선후보 가능성 희박 전망도
'사회주의자' 샌더스 약진에 월가 "트럼프처럼 경제 망칠 것"
미국 재계가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무소속)의 민주당 경선 약진에 우려와 긴장을 동시에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현 정권을 싫어하는 재계 인사들마저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며 지나친 좌편향이 민주당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샌더스는 11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민주당 2차 경선에서 25.7%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일 1차 경선에서 1등을 차지했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1.3%포인트 차이로 2위에 그쳤다.

■월가 "경제 망칠 것" 혹평

월가의 큰손이자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던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골드만삭스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2일 경선 윤곽이 드러나자 자신의 트위터에 샌더스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원인 블랭크파인은 "만약 민주당이 샌더스를 대선 후보로 결정한다면 러시아는 미국을 망치기 위해 누구와 일해야 할 지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고 적었다.
그는 "샌더스는 트럼프가 그랬던 것처럼 사회를 양극화하고 우리 경제를 망칠 것이며 우리 군대를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진영과 러시아의 결탁 의혹을 암시하며 "만약 내가 러시아라면 이번에는 샌더스와 함께하겠다"고 비아냥거렸다.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샌더스가 경제를 망칠 것이라는 블랭크파인의 의견에 동의하는 질문에 "그가 더 옳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미 암호화폐 투자운용사 갤럭시디지털의 억만장자 설립자이자 블랭크파인의 동문인 마이크 노보그라츠도 이날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샌더스의 정책 성향을 비난했다. 그는 주변에 11월 대선에서 샌더스 반대편에 투표할 "친구들이 너무 많다"라면서 "그 친구들은 트럼프도 싫어한다"고 말했다. 샌더스 선거 캠프의 파이즈 샤키르 선대본부장은 이 같은 반응이 알려지자 "이것은 월가의 엘리트들이 보이는 패닉이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샌더스와 승부 기대

샌더스는 민주당 내 강성 좌파의 대표주자로 2016년부터 대선 당시에도 재계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는 1981년 정계 입문 이후 40년 가까이 무상 의료·교육을 주장했고 이번 대선에서는 전 국민 의료보험과 최저시급 15달러, 공립대 무상교육, 주택자금 국가지원 같은 공약을 내놨다. 그는 특히 미국에 '억만장자'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상위 1% 부자들에게 최고 세금을 붙이는 '부유세' 신설을 약속했다. 이 세제가 시행되면 자산이 377억원 이상인 가구는 15년 뒤에 자산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는 아울러 2017년 말에 시행된 트럼프 정부의 세제개혁을 되돌리겠다며 21%로 줄어든 법인세를 35%로 복구하겠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민주당 2차 경선에서도 불구하고 샌더스가 실제로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익명의 은행 관계자는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를 통해 증시가 여전히 상승세라며 "지금 시장에 반응이 없는데 아무도 샌더스가 진짜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고 귀띔했다. 다만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2016년 대선후보가 되기 전에도 지금 같은 분위기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내심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가 되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는 1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선두주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나는 샌더스가 매우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사람들이 그의 메시지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민주당 후보 가운데 재계의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중도 성향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에 대해서는 "경량급 후보다.
여태껏 본 사람 중에 토론을 제일 못 한다"고 비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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