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톡]

한국 주재 대사들의 반란을 보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7 17:30 수정 : 2020.02.07 17:30
지난해 12월 20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아베 정부는 로하니 대통령 귀국 후 엿새 뒤인 그달 27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사실상 미국의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에 참여하는 해상 자위대 파병안을 통과시켰다. 이란과 척을 지는 결정이었다. 그런데도 로하니 대통령은 "중동에서 원유수송을 위한 항해안전 확보를 위한 일본의 의도를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곤 "'아주 투명하게' 파병안을 설명해줘서 감사하다"고까지 했다. '투명성'은 다른 말로는 '소통'이다. 미국의 요청에 어쩔 수 없이 갈 수밖에 없으나, 자위대의 활동은 정보 수집에 주력할 것이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성의 있는 설명과 사전양해에 로하니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심지어 일본의 이런 행보에 미국까지 이해를 표시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방일 전후로 방한도 이뤄졌을 법한데, 한국 정부의 그런 요청은 없었다. 그로부터 약 20일 뒤 사건이 터졌다.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단교하겠다"는 사이드 샤베리타리 주한 이란대사의 협박성 인터뷰 기사가 나온 것. 그다음 장면은 한국 외교부의 초치와 항의, '진짜 단교하겠느냐'는 진의 파악이었다.

지난 4일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후 방역물품을 지원해준 나라 가운데 일본만 꼭 찍어 "바이러스는 무정하지만, 사람은 정이 있다"며 "일본인들의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을 주목한다"며 감사를 표했다. 일본보다 더 많은 마스크와 구호물자를 건넨 한국 국민들로선 이 상황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화춘잉 대변인의 한국에 대한 감사 멘트는 그다음 날 다른 나라들과 세트로 감사를 표시할 때 묶여서 나왔을 정도였다.

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응한 일본 정부의 중국인 입국거부 조치는 한국보다 빨랐고, 단호했는데도 말이다. 지난 5일까지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방문이 확인된 중국인 및 외국인에 대한 입국거부는 16명이나 된다. 같은 기간 한국의 중국인 입국거부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정부의 우한 탈출 전세기 이륙은 한국보다 빨랐고, 7일 사실상 마지막 4차 귀국편 전세기엔 일본인과 결혼한 중국 국적 배우자들까지 데리고 왔다. 당초 중국인 출국에 반대했던 중국 정부가 일본의 설득 끝에 마음을 고쳐먹은 결과였다. 중·일 관계 한 소식통은 최근 중·일 관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빗대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시엔 베이징까지 방사능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임에도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겉으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소위 '한국통'이라는 싱하이밍 주중 한국대사가 신임장 제정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정부의 중국인 입국제한 조치에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과는 극과극이다.

들끓는 여론에도 대량의 마스크와 구호물자를 보내고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까지 있었던 터라 한국인들로선 중국대사의 도발이 불쾌감을 넘어 당혹스러울 지경이다. 더욱이 중국·이란에 앞서 해리 해리슨 주한 미국대사를 둘러싼 한 차례 큰 소동이 있었기에 그렇다.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지는 '같은 상황, 다른 결과'를 보고 있자면 '외교관의 화법'을 이탈한 대사들의 난데없는 반란은 한국 외교에 분명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어디서부터 한국 외교가 꼬이고, 잘못된 것인지. 소통을 잃은 즉흥외교 탓인지, 애초에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인지, 전략의 부재인지, 실행의 부재인지 점검이 필요하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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