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실패한 작가" "재앙"…탄핵무죄 자축연설서 막말 쏟아낸 트럼프

뉴시스

입력 2020.02.07 10:58

수정 2020.02.07 10:58

'탄핵 추진' 민주당 맹폭…힐러리·오바마까지 언급 "분노의 보복…입이 떡 벌어지게 도 넘어" CNN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 무죄를 자축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0.02.07.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 무죄를 자축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0.02.07.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일(현지시간) 탄핵 무죄 자축 연설은 정치적 앙숙들을 향한 노골적인 비난으로 점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을 비롯한 정적들을 공개적으로 맹비난하며 묵은 앙금을 드러냈다.

백악관 발언록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비난 타깃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을 '재앙'이라고 묘사한 뒤 "내가 코미를 자르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코미 전 국장은 미국 대선 목전인 지난 2016년 10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를 발표, 한때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로 평가됐다. 그러나 러시아 스캔들 수사로 인해 2017년 5월 경질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러시아 스캔들을 비롯해 이로부터 이어진 로버트 뮬러 특검 조사, 이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탄핵 조사까지 자신을 겨냥한 일련의 당국 및 의회 조사를 모두 '민주당의 공작'으로 취급해 왔다.

이날 연설에서 코미 전 국장을 먼저 화두에 올린 점 역시 무산된 탄핵 시도를 지속적인 정치적 공작 중 하나 정도로 치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를 현장에서 붙잡았다"며 "더러운 경찰들. 나쁜 인간들"이라고 맹폭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갑작스레 언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이런 일이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일어났다면, 많은 이들이 이미 오랫동안 감옥에 있었을 것이다. 여러 해 동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을 추진한 민주당 주요 인사들에 대한 비난도 연이어 쏟아졌다. 특히 탄핵조사 개시 선언 이후 돌이킬 수 없는 '앙숙'이 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하원 탄핵조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에 대해 "끔찍한 인간"이라며 "그는 오래 전부터 탄핵을 원했다"고 몰아세웠다.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은 지난 4일 의회 국정연설에서도 악수를 무시하고 연설문을 찢어버리는 등 앙금을 드러낸 바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워싱턴에서 열린 제68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조우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연설에서 "오늘 아침 조찬기도회를 가졌고, 매우 좋았다"며 "나는 펠로시를 네 자리 떨어진 곳에 앉게 했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하지만, 기도하지 않는다"며 "기도를 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반대로 기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나는 그가 기도를 하긴 하는지 의심한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평소 '구린 데가 있는(Shifty) 시프'라고 비난해온 시프 위원장에 대해선 "실패한 시나리오 작가"라며 "그는 그 후(시나리오 집필 실패 후) 정계에 입문했다"고 했다. 시프 위원장이 탄핵조사 내용을 거짓으로 지어냈다는 평소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향해 "부패 정치인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한 내 발언을 꾸며냈다"고 공세했다. 시프 위원장과 함께 탄핵조사를 주도한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을 향해서도 "사람들은 모든 이들에게 화가 났다. 내들러 위원장 말이다"라는 발언이 나왔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과 대선 본선 승부를 벌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갑작스레 연설에 소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쨌든, 힐러리 클린턴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수백만 달러를 썼다"고 주장했다.

2020년 대선 민주당 경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한 발언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민주당)은 군에서 쫓겨난, 돈이 아예 없는 아들 하나가 선불로 300만달러를 받으며, 월 8만3000달러를 받으며 일하는 게 부패라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바이든 전 부통령 차남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에서 이사직을 지내며 거액의 보수를 받았던 점을 시사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사실 및 바이든 전 부통령의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해임 압박 의혹 수사를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바이든 부자가 중국에서도 15억달러 상당의 돈을 받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자신의 딸 이방카를 거론, "이방카가 여기 있나? 내 자식들도 운이 좋았을 수 있는데"라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대시해온 주류 언론은 이날도 얻어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 도중 갑자기 '트럼프 무죄(trump acquitted)' 헤드라인이 1면에 실린 워싱턴포스트(WP)를 꺼내 들며 "최종 결과는 이렇다"고 과시했다.


이어 "(오늘자 1면을) 액자에 보관할지도 모른다"며 "WP의 유일하게 좋은 헤드라인"이라고 비꼬았다. WP가 지난해 9월 정보당국자 내부고발을 최초 보도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만큼, 신문 선정도 의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보도하며 "상원에서 공식 무죄 선고를 받고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분노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사실에 도전하는 보복을 분출했다"며 "경계를 무너뜨리는 행동은 입이 떡 벌어질 만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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