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완전 무죄!"…탄핵 벗어난 트럼프, 속사포 기자회견(종합)

뉴시스

입력 2020.02.07 09:13

수정 2020.02.07 10:51

"지옥 거쳤다…오늘은 기념할 만한 날" 정적들 맹비난…"코미 해고 안 했으면 이 자리 없었다" '트럼프 무죄' WP 지면 들어 보이며 "액자 넣을 것" 탄핵 추진 민주당 향해 "악랄한 사람들" 맹비난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연설중 자신의 '탄핵 무죄'를 보도한 워싱턴포스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0.02.07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연설중 자신의 '탄핵 무죄'를 보도한 워싱턴포스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0.02.07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 정국을 벗어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완전 무죄'를 자축했다. 취임 초 자신을 괴롭혔던 '러시아 스캔들'부터 이번 무죄 선고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공격한 이들을 맹비난하는 '속사포 회견'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정오께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가졌다. 미 상원에서의 탄핵 무죄 선고 약 20시간 만이다.
백악관 발언록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늘은 기념할 날"이라며 "우리는 지옥을 거쳐왔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특히 이날 취임 초반 '러시아 스캔들' 앙숙인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거론, "내가 코미를 해고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제껏 자신을 괴롭혀온 민주당을 비롯한 모든 이들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달 간 엄청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돌이켜보면 최근 몇 년 간이었다"고 이번 탄핵 무죄 선고를 취임 초 러시아 스캔들과 연결지었다. 이어 "마녀사냥이 있었다. 우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시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건(마녀사냥은) 결코 끝나지 않았고, 우리는 3년이 넘게 그 일을 겪었다. 그건 악랄했고, 부패했고, 더러운 일이었다"며 "누설자와 거짓말쟁이들이었고, 이런 일은 다른 대통령에겐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대통령의 정적들은 이 자리에서 '나쁜 사람들'이라는 단어를 비롯해 온갖 비난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런 일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일어났다면 많은 이들이 이미 감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평소 그가 '가짜 언론'이라고 비난해온 워싱턴포스트(WP) 신문도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무죄(trump acquitted)' 헤드라인이 실린 WP 1면을 들어 보이며 "최종 결과는 이렇다"고 말한 뒤 "액자에 보관할지도 모른다. WP에 실린 유일한 좋은 헤드라인"이라고 비꼬았다.

WP는 지난해 9월18일 정보당국 당국자의 내부고발을 최초 보도하며 탄핵 단초가 된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촉발시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무죄 헤드라인을 내세울 신문으로 WP를 선택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는 해결됐다. 우리는 불공정하게 지옥을 거쳤다"며 "잘못한 건 없다. 잘못한 건 없다"고 발언, 자신에 대한 탄핵조사 자체가 불공정했다는 논리를 폈다.

탄핵조사를 이끈 민주당 주요 인물들에 대한 비난도 줄을 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 탄핵조사를 주도한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을 향해 "부패 정치인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한 내 발언을 꾸며냈다"고 비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 앞서 제68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서도 기조연설을 통해 자신을 탄핵하려 한 민주당 등 정적들을 맹비난했다. 이 자리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참석해 트럼프 연설 내내 굳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어 "그(시프)는 시나리오 작가다. 실패한 시나리오 작가"라며 "불행히도 그는 그 후(시나리오 실패 후) 정계에 입문했다"고 비꼬았다. 이후로도 "시프는 잔인하다. 끔찍한 사람"이라고 지속적으로 비난을 이어갔다.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조사 개시를 선언한 '정치적 앙숙'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끔찍한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펠로시)는 오래 전부터 탄핵을 원했다"며 "그는 '대통령을 위해 기도한다'고 하지만, 기도하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펠로시)가 기도를 할 수도 있지만, 아마 반대(대통령을 위하지 않는 방향)로 기도할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그가 기도를 하긴 하는지 의심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사람들은 낸시를 비롯해 이 모든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내들러 말이다"라고 발언, 역시 하원 탄핵조사를 이끌어온 인물이자 상원 탄핵심리 탄핵 매니저로 나섰던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간 자신을 비판해온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들을 시사, "그들 대부분이 고꾸라졌다. 그들은 겨우 1%를 받거나 그마저 받지 못했다"고 맹공했다.

반면 탄핵심리에서 트럼프 대통령 변호에 나섰던 법률팀 및 공화당 진영을 향해선 찬사가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변호 최전선에 섰던 팻 시펄로니 백악관 고문을 호명, "(탄핵심리) 시작 당시 이들은 '각하, 걱정할 게 없습니다. 모든 사실이 당신 편입니다'라고 했다"고 치켜세웠다.

상원 공화당을 지휘한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정말 멋진 일을 해냈다'고 말하고 싶다"며 "많은 해 동안 똑똑한 사람들이 그의 자리를 차지하려 했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남자는 멋지다. 미치, 매우 고마워"라고 거듭 칭찬했다.

그는 아울러 "민주당은 형편없는 정책을 가진 형편없는 정치인들"이라며 "세금을 올리는 게 그들의 새로운 정책이다. 누가 증세를 원하는가"라고 2020년 대선을 의식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악랄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접착제처럼 함께 뭉친다. 그게 그들이 (나를) 탄핵소추한 비결"이라며 "그들이 (하원 의석 중) 한 명도 잃지 않는다면 그들은 누구든 탄핵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건(탄핵은) 매우 정치적인 상황이다. 펠로시 의장은 자신이 '첫날'부터 탄핵하길 원한다고 말했었다"며 "너무나 압도적이고 강렬한, 초당적인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 한, 탄핵은 국가에 매우 분열적"이라고 민주당의 그간 탄핵 시도를 거듭 혹평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위대한 국민들을 위해, 모두가 할 수 없다고 말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며 "우리 나라는 번영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다시 존경 받고 있다"는 자화자찬으로 연설을 끝맺었다.


[워싱턴=AP/뉴시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제68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2020.02.07
[워싱턴=AP/뉴시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제68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2020.02.07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68회 국가조찬기도회 기조연설에서도 자신을 탄핵하려 한 민주당과 정적들을 맹공격했다.
이 자리에는 펠로시 하원의장도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내 굳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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