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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장시호·김종·차은택 파기환송…"강요죄 무죄 취지"(종합)

뉴스1

입력 2020.02.06 11:44

수정 2020.02.06 11:46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 지 344일 만에 석방됐다. 장 씨가 15일 새벽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8.11.1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 지 344일 만에 석방됐다. 장 씨가 15일 새벽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8.11.1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삼성 등 대기업을 상대로 후원금을 부당하게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비선실세' 최서원씨(64·개명 전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씨와 측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대법원 판결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됐다.

최씨의 측근으로 광고대행사 지분을 빼앗으려 시도하고 문화계 이권을 챙기려 한 혐의로 기소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에 대한 판결도 파기돼 차 전 단장도 재판을 다시 받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징역1년6개월, 김 전 차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라며 "강요죄에서의 협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지위뿐만 아니라 그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상호관계 등에 비춰볼 때 상대방이 요구를 거절했을 때 어떤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고 볼 수 있는지를 종합해서 따져봐야 한다"며 "이러한 해악의 고지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나 뇌물요구가 성립할수는 있어도 강요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통령과 경제수석비서관이 직무상 또는 사실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에 대해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했다고 해서 곧바로 그 요구를 해악의 고지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 "김 전 차관이 그랜드코리아레저에 대한 감독 업무를 총괄하고 그랜드코리아레저 사회공헌재단 역시 문체부 제2차관 산하 관광정책실의 감독을 받으며, 재단 이사장이나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표이사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김 전 차관의 요구에 부담감을 가졌다가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등의 주관적인 내용을 진술했다는 것만으로는 이 요구를 '해악의 고지'라고 평가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장씨와 김 전 차관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삼성전자·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상대로 18억여원을 최씨가 실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1심은 장씨에 대해 "국정농단 사건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재판에 참여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적극 협조한 건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죄책이 대단히 무거워 그에 상응하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장씨가 문체부 공무원을 기망해 보조금을 받았다는 혐의는 무죄로 봐 1년6개월로 감형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최씨를 통해 차관의 지위를 공고히 할 목적으로 최씨의 사익 추구에 적극 협력했다"며 "이는 공직자로서 취할 태도가 전혀 아니며, 후세에 이런 행위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차 전 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함께 기소된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차씨가 KT 회장 등에게 특정인의 채용·보직변경과 특정업체의 광고대행사 선정을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장씨 사건과 마찬가지로 원심에서 강요죄를 인정한 부분이 파기되어야 한다고 봤다.

차 전 단장과 송 전 원장은 광고회사 컴투게더로부터 포스코계열 광고업체 포레카를 강탈해 모스코스에게 지분을 넘기도록 시도했지만 한상규 컴투게더 대표가 협박에 응하지 않아 실패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모스코스는 최씨와 차 전 단장이 설립한 광고회사다.


차 전 단장은 자신의 측근 이동수씨를 KT가 전무로 채용하도록 하고, 이씨를 통해 최씨와 설립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KT가 광고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1,2심은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밀접한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을 기회로 한 대표를 협박했다"며 차 전 단장에게 징역 3년을, 송 전 원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하고 3773만9240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장씨나 김 전 차관의 공소사실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가 성립하는 것은 맞고 강요죄만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라며 "전체적으로 2심의 유·무죄판단을 수긍했고, 다만 공범인 최서원, 안종범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에 따라 강요 부분만 무죄 취지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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