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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불황 이어져 작년 시설투자 2兆 줄였다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4 17:18

수정 2020.02.04 21:15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으로
작년 총 26조9000억원 집행
올해도 보수적 투자 이어갈 듯
삼성전자, 반도체 불황 이어져 작년 시설투자 2兆 줄였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과 반도체 불황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시설투자를 2조원 축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업황 회복에 변수가 많아 삼성전자는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갈 전망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총 26조9000억원의 시설투자 집행을 공개했는데 이는 3개월 전 계획보다 2조1000억원 가량 줄어든 규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말 3·4분기 실적발표에서는 연간 시설투자 예상액을 29조원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4분기까지 16조8000억원의 시설투자를 진행했던 만큼 4·4분기에만 12조2000억원의 집중 투자를 계획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4·4분기에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메모리 인프라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었다.
또, 파운드리(반도체수탁생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극자외선(EUV) 공정과 차세대 전략 디스플레이인 퀀텀닷(QD)디스플레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었다. 이를 위해 4·4분기에만 반도체 9조9000억원, 디스플레이 1조6000억원의 투자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4·4분기 들어서도 미·중 무역분쟁 지속 등 세계 경기침체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데다 대형 정보기술(IT) 고객사들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에 수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낸드2공장, 화성 EUV전용 라인, 평택 메모리 2공장 등의 대형 반도체 투자 완료 시점을 올해로 미룬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실적발표 관련 컨퍼런스콜에서도 "메모리 수요에 맞춰 평택 2기, 시안 2기 공장을 활용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삼성전자로서는 최근 서버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당초 계획대로 지난해 투자를 단행하기엔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액의 84%를 차지할 만큼 반도체가 전체 투자 기조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며 "작년 하반기에 예상과 달리 메모리 업황 회복이 더디면서 삼성전자가 주요 반도체 투자계획들의 완료 시기를 늦추거나 설비 투자를 축소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시설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호황기이던 2017년에는 평택 2기, 시안 2기, 화성EUV 등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진행해 43조4000억원의 사상 최대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2018년은 29조4000억원을 집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은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의 정점기라고 볼 수 있다"며 "2018년부터 대형 프로젝트의 집중 투자기간이 지났고, 메모리 반도체 불황기에 접어든 점 등을 감안하면 올해도 시설투자 규모가 30조원을 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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