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美中, 국제 IP기구 두고 줄다리기...中의 유엔 기구 석권 임박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4 16:12

수정 2020.02.04 16:12

프랜시스 거리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사무총장
프랜시스 거리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사무총장


[파이낸셜뉴스] 무역전쟁과 더불어 지적재산권(IP) 보호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수장 자리를 놓고 일전을 앞두고 있다. 중국은 WIPO 수장까지 가져가면 유엔 산하 국제기구 9곳 중 5곳의 수장을 차지하게 되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각국은 중국이 WIPO를 장악한 뒤 세계 IP 질서를 크게 어지럽힐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관계자를 인용해 현재 신임 WIPO 사무총장에 10명의 후보가 올랐지만 실제 경쟁자는 중국의 왕빈잉 WIPO 사무차장과 다렌 탕 싱가포르 WIPO 청장이라고 전했다. WIPO는 유엔 산하기구로 1970년 설립되었으며 국제적으로 통하는 IP 관련 24개 국제 조약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WIPO의 예산은 8억달러 수준이며 추가로 9900만달러 수준의 기업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해당 기금은 WIPO가 유엔 회원국에게 휘둘리지 않고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조성된 것이다.
재임중인 프랜시스 거리 사무총장은 직원들의 DNA 불법 수집하고 미국의 제재를 어기면서 이란 및 북한과 거래하는 등 갖가지 구설수에 올라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

중국의 왕 차장은 오랫동안 기구 내 2인자 역할을 수행하며 풍부한 실전 경험을 쌓았다. 동시에 중국의 지원을 받은 WIPO 내 개발도상국 회원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SCMP는 그가 중국 국적이라며 중국 정부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SCMP에 의하면 우홍보 전 유엔경제사회처장은 지난해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유엔 업무를 맡는 기간 동안 유엔보다 중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WIPO 수장 자리를 가져가 5곳의 유엔 기구 수장직을 차지한다면 이는 미국이 확보한 유엔 기구 수장 숫자(4명)를 넘어선다.


중국의 무차별적인 IP 침해를 겪어온 미국과 서방 각국은 싱가포르의 탕 청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미 버클리캘리포니아대학(UC버클리)의 마크 코헨 법률기술센터 소장은 "만약 왕 차장이 집권할 경우 앞으로 10년 안에 시장 기반의 IP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중국이 규칙을 정하는 IP 체제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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