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직권남용죄' 기준 세운 대법원…조국은 더 불리해졌다?

뉴시스

입력 2020.01.30 16:42

수정 2020.01.30 16:42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기환송 '의무 없는 일' 여부 심리해야 "양승태 긍정적…조국은 분분"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외 6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내리고 있다. 2020.01.30.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외 6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내리고 있다. 2020.01.30.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대법원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리며 직권남용죄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직권남용 재판에서 법리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특별기일을 열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상고심 선고에서 각각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김 전 실장 등이 공무원에게 특정 인사 지원 배제를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공무원들에게 지원 배제 관련 각종 명단을 보내게 한 것 등은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직권남용 관련 하급심에서는 위법 부당 지시가 직권을 남용한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심리됐지만, 대법원 판단에 따라 이와 더불어 공무원이 지시에 따라 행한 일이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도 유무죄 판단의 핵심 쟁점이 된 것이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 성립한다. 직권남용죄의 처벌 범위는 징역 5년 이하, 자격정지 10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다.

대법원이 그동안 모호하다고 해석된 직권남용죄에 대해 공무원의 '직권' 범위와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를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 기준을 세우면서 현재 진행 중인 직권남용 재판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12.18.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12.18. radiohead@newsis.com
우선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는 이번 대법원 판단이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혐의 중 핵심은 사법행정의 최고 책임자 권한을 남용해 판사들에게 업무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 재판에서는 이같은 지시가 대법원장의 권한을 넘어 위법한 것인지 여부를 두고 첨예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자신의 지시를 수행한 법관들의 행위가 과연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도 직권남용죄 적용에 엄격하게 판단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 사건에서도 핵심은 직권남용죄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17년 당시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비위 의혹을 알고도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를 받는다.

다만 조 전 장관 사건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대법원이 김 전 실장 등의 위법 부당 지시가 직권남용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의 혐의가 오히려 단단해졌다는 분석과 특감반원의 감찰 중단이 '의무 없는 일'인지도 따져봐야 해 혐의 입증이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있다.

아울러 두 전직 대통령 사건에서도 이날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농단' 관여 혐의로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항소심에서 포스코 펜싱팀 창단 과정 관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을 받았다.
향후 파기환송심에서는 이같은 유죄 판단이 적절한지 엄격한 심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스 실소유' 의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이 나왔다.
이 전 대통령 항소심은 현재 변론을 종결하고 다음달 19일 선고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날 대법원 판단을 판결에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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