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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길은 창당… 승부수 던졌지만 시간이 없다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9 17:45

수정 2020.01.29 20:25

孫거부로 재창당 막히자 탈당
"거대한 거친 파도에 뛰어들겠다"
호남 기반 약해진 상황서
安 주변은 탈당 힘든 비례대표
일각선 벌써부터 신당 한계론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요구한 비상대책위원회 제체 전환 등의 제안을 모두 거부당하자 당 재건이 어렵다고 판단, 탈당을 선언하면서 '안철수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요구한 비상대책위원회 제체 전환 등의 제안을 모두 거부당하자 당 재건이 어렵다고 판단, 탈당을 선언하면서 '안철수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바른미래당 탈당을 전격 선언하고, 독자 행보에 나서기로 했다. 안 전 대표가 손 대표에게 요구한 비상대책위원회 제체 전환 등의 제안을 모두 거부당하자 당 재건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철수 신당' 창당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보수통합신당, 호남 중심 제3지대 등 야권발 정계개편 판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安, 탈당 후 신당 창당 시사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 어제(28일) 손학규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서 저는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안 전 대표가 손 대표와의 비공개만남에서 제안한 △비대위 체제 전환 △조기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 △손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 등을 손 대표가 모두 거부하면서 당권 다툼이 불가피해지자 당 복귀 대신 독자 행보로 선회한 것이다.

안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에 대해 "내부 통합도, 혁신도, 국민께 삶의 희망과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정당이 됐다"고 평가하면서 "저는 바른미래당을 재창당해 그러한 길을 걷고자 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는 탈당 후 신당 창당을 시사했다. 과거 △새정치연합△국민의당△바른미래당에 이어 4번째 창당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는 "제게 주어지고 제가 책임져야 할 일들을 감당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제 자신도 알 수 없는 거대한 거친 파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뛰어들고자 한다"며 "설사 영원히 사라진다 해도 그 길이 옳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태풍의 눈? 찻잔 속 태풍?

안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야권발 정계개편 판을 뒤흔들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철수계인 김영환·문병호 전 의원이 이날 보수통합 논의기구인 혁신통합추진위원회에 합류하는 등 범중도로 세를 확장하려고 하는 보수진영은 안 전 대표를 향해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이들의 합류에 대해 "안 전 대표 입장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상태지만 정치권에선 '반문연대' 기치 하에 안 전 대표가 보수통합신당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모습이다.

안 전 대표의 대선후보 시절 정책대변인을 맡았고, 현재 혁통위에 참여 중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안 전 대표도 결국은 뜻을 같이하리라고 생각한다. 인내심을 갖고 통합신당 합류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 호남에 기반을 둔 군소정당간 합당 움직임도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손 대표는 "우리 당을 창업한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었던 안 전 대표가 탈당하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움과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대화와 타협 없는 정치는 고립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신당'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15 총선까지 8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창당 작업에 시간이 촉박하다. 막대한 선거비용도 걸림돌이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의 기반이 된 호남권의 지지도 예전만 못하다.

특히 안철수계 의원 7명 중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6명이 제명없이 당적을 옮기면 의원직을 상실하는 비례대표라는 점은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
안철수계 의원들은 손 대표에 출당 조치를 요청하고, 거부 시 추후 적당한 탈당 시점을 논의하기로 했다. 당권파 의원들은 당 분열에 반대의 뜻을 표한 만큼 이들의 동참 여부도 미지수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아직 신당 창당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안철수계 의원들과) 앞으로 논의를 같이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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