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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약세장 진입…사스 당시보다 시장 충격 더 클 것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8 11:23

수정 2020.01.28 11:23

[파이낸셜뉴스]

2003년 사스 당시와 지금 유가 하락 추이(단위:%, 거래일; 2003년은 3월13일~5월9일기간)); 회색: 2003년, 청색: 2020년 /사진=팩트세트, WSJ
2003년 사스 당시와 지금 유가 하락 추이(단위:%, 거래일; 2003년은 3월13일~5월9일기간)); 회색: 2003년, 청색: 2020년 /사진=팩트세트, WSJ

국제 석유시장이 27일(이하 현지시간) 약세장에 진입했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충격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전염병 충격이 2003년 초반 극에 달했던 중국발 사스(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SARS)에 따른 유가 충격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저유가 상황이 수개월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WTI, 약세장 진입
CNBC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이날 국제유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주말보다 배럴당 1.05달러(1.9%) 하락한 53.14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낙폭이 3%를 넘으며 52.13달러까지 밀리기도 했다. 5일 연속 하락세로 지난해 10월 15일 이후 최저치다.

WTI는 지난해 4월 최고치인 배럴당 66.60달러에 비해 20% 넘게 하락해 약세장에 공식 진입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도 24일 종가에 비해 1.53달러(2.5) 급락한 59.16달러로 밀렸다. 주간 기준으로는 3주 연속 하락세로 2018년 12월 이후 최장 하락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과 아시아, 나아가 세계 경제 성장에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수요둔화 예상으로 이어지며 유가가 떨어지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인 중국 경제 충격에 따른 수요둔화 우려가 고조되고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의 마이클 트란 애널리스트는 석유시장은 수년만에 처음으로 수요측면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됐다면서 석유시장이 볼모로 잡히게 됐다고 말했다.

사스때보다 유가 충격 더 클 것
시장은 2003년 사스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고 있다.

JP모간은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와 같은 식의 전염병이 된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000년대 초반 이후 중국의 항공 여객이 크게 증가한데다, 항공유 수요가 전세계 석유수요 증가의 주된 동력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항공 여객 감소에 따른 수요 감소, 유가 하락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사스 당시와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지적들이 많다.

사이먼스 에너지의 빌 허버트 애널리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호기심 덩어리에서 지금은 올해 세계 경제와 석유 수요 전망을 심각히 위협할 파괴력을 가진 위험요인으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온갖 유가 상승 요인들을 압도하며 유가를 추락시키고 있다면서 사스 당시에 비해 유가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제든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는 미국과 이란간 긴장,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주요 산유국 리비아의 내전 격화, OPEC의 추가 감산 가능성, 지난해 후반 이후 미 셰일석유 시추활동 급감 등 유가를 끌어올릴 재료들이 수두룩한데도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사스 당시와 비교한 중국과 미국의 해외 석유의존도를 감안할 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의 석유수입 감소폭은 2003년 사스 당시 수준을 소폭 웃돌 것으로 보인다. 2003년 당시에 비해 국내 생산 부족을 충당해야 하는 필요 수입규모가 고작 25% 늘어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사스 당시 하루 1300만배럴을 수입하던 미국은 아예 지금은 석유 순수출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미국내 유가, 국제 유가 변동폭이 크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최근 상승재료들을 압도한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신종 바이러스 충격이 사스 당시를 웃돌 것임을 예고하는 조짐으로 해석된다.

WSJ은 이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에 비해 덜 치명적인 경로를 밟는다 해도 석유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유가, 수개월간 지속된다
시장에서는 지금의 유가 하락세가 앞으로 수개월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애드녹 디스트리뷰션의 부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존 캐리는 CNBC에 "유가가 더 떨어지고, 아마도 이같이 낮은 가격 수준에서 수개월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타마스 바르가 선임 애널리스트도 당초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서 바닥을 다지고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이같은 전망을 그릇되게 했다면서 "전염병 확산이 멈추지 않으면 유가 추가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MBMG 그룹 공동 창업자인 폴 갬블 경영 파트너는 유가가 공급측면의 온갖 제약요인들을 뚫고 6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면서 게다가 지난해 이후 유가에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까지 붙은 점을 감안할 때 유가하강 압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OPEC과 러시아 등 감산국들은 추가 감산 채비를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가 26일 현 유가하락이 "주로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고...(신종 바이러스가) 국제 석유수요에 미치는 충격도 매우 제한적"이라면서도 필요하다면 유가하락을 막기 위한 추가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어게인캐피털의 유명 석유 애널리스트 존 킬더프도 최근 유가 급락세로 인해 OPEC과 러시아가 재빠르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래츠의 클라우디오 갈림버티도 현재 유가가 OPEC이 대응에 나서도록 하는 한계치에 이미 도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OPEC의 추가 감산 전망은 유가 하락을 막는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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