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버지가 기차에 두고 내린 동생… 47년간 못찾아"[잃어버린 가족 찾기]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7 10:30

수정 2020.01.27 18:34

수원 친척집에 잠시 맡기겠다며
당시 네살 동생 열차에 두고 내려
본명은 ‘이혜정’, 집에선 ‘정아’로 불려
이정아(51, 실종 당시 4세)씨의 본명은 이혜정으로, 가족들은 '정아'라고 불렀다. 이씨는 1973년 11월 1일 경기 파주군 주내면(용주골)에서 살다 실종됐다.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이정아(51, 실종 당시 4세)씨의 본명은 이혜정으로, 가족들은 '정아'라고 불렀다. 이씨는 1973년 11월 1일 경기 파주군 주내면(용주골)에서 살다 실종됐다.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진실을 알고 있는 아버지와 대화가 안된다는 게 너무 답답해요. 죽기 전에 얼굴만이라도 봤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47년 전 여동생과 이별한 이혜련씨(56)는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오랜 시간을 기억하며 끝내 목소리가 떨렸다.

27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이정아씨(51·실종 당시 4세)는 지난 1973년 11월 1일 경기 파주군 주내면(용주골)에서 실종됐다.


직업군인인 아버지가 두 아이를 양육하기 힘드니, 경기 수원에 있는 친척에게 정아씨를 한 달만 맡겨 놓자며 데리고 간 뒤 실종됐다는 것이다. 두 달이 지나도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당시 별거 중이었던 어머니와 혜련씨가 수원 친척 집에 물어보니 정아씨가 온 적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씨는 "1년쯤 뒤, 열차 안에 아이를 두고 내렸다는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다"며 "어머니는 까무러쳤고, 헌병대에 바로 연락했지만 '훈장을 탄 군인은 처벌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날 이후 가족은 무너졌다. 폐결핵이 있었던 어머니는 몸과 마음의 병이 겹쳐 수년 후 명을 달리했다. 아버지와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됐다. 초등학교 6학년인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된 이씨는 백방으로 동생을 수소문했지만, 행방을 알 길은 없었다.

공소시효가 지난 줄 알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이씨는 지난해 아버지를 고발해 동생을 찾으려 했지만, 형사의 추궁에도 아버지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씨는 "아버지는 '미군 부부에 아이를 줬다'고 말하는 등 이야기가 계속 달라진다"며 "그렇게 매정할 수가 있나 싶다.
'진실만 얘기해 달라'고 전화해도 대화가 안되는 사람"이라며 답답해했다.

이씨는 "본명은 이혜정이지만, 가족들은 '정아'라고 불러 이 이름을 기억할 것"이라며 "혼자 꿋꿋이 살아 가정을 꾸리고 엄마가 되니, 어머니의 한을 알겠다.
만나기만 하면 한이 없을 것"이라며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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