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친척집에 잠시 맡기겠다며
당시 네살 동생 열차에 두고 내려
본명은 ‘이혜정’, 집에선 ‘정아’로 불려
당시 네살 동생 열차에 두고 내려
본명은 ‘이혜정’, 집에선 ‘정아’로 불려
47년 전 여동생과 이별한 이혜련씨(56)는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오랜 시간을 기억하며 끝내 목소리가 떨렸다.
27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이정아씨(51·실종 당시 4세)는 지난 1973년 11월 1일 경기 파주군 주내면(용주골)에서 실종됐다.
직업군인인 아버지가 두 아이를 양육하기 힘드니, 경기 수원에 있는 친척에게 정아씨를 한 달만 맡겨 놓자며 데리고 간 뒤 실종됐다는 것이다. 두 달이 지나도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당시 별거 중이었던 어머니와 혜련씨가 수원 친척 집에 물어보니 정아씨가 온 적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씨는 "1년쯤 뒤, 열차 안에 아이를 두고 내렸다는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다"며 "어머니는 까무러쳤고, 헌병대에 바로 연락했지만 '훈장을 탄 군인은 처벌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날 이후 가족은 무너졌다. 폐결핵이 있었던 어머니는 몸과 마음의 병이 겹쳐 수년 후 명을 달리했다. 아버지와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됐다. 초등학교 6학년인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된 이씨는 백방으로 동생을 수소문했지만, 행방을 알 길은 없었다.
공소시효가 지난 줄 알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이씨는 지난해 아버지를 고발해 동생을 찾으려 했지만, 형사의 추궁에도 아버지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씨는 "아버지는 '미군 부부에 아이를 줬다'고 말하는 등 이야기가 계속 달라진다"며 "그렇게 매정할 수가 있나 싶다. '진실만 얘기해 달라'고 전화해도 대화가 안되는 사람"이라며 답답해했다.
이씨는 "본명은 이혜정이지만, 가족들은 '정아'라고 불러 이 이름을 기억할 것"이라며 "혼자 꿋꿋이 살아 가정을 꾸리고 엄마가 되니, 어머니의 한을 알겠다. 만나기만 하면 한이 없을 것"이라며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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