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에 이란 측 불만 표면화…'이란 달래기' 고심

뉴시스 입력 :2020.01.22 11:41 수정 : 2020.01.22 11:41

美 "동맹 한국 환영", 이란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 정부 당국자 "한-이란 관계 관리하기 위해 노력" 의약품 등 인도적 목적 교역 재개 美와 협의할 듯

[테헤란=AP/뉴시스]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지난 8일 수도 테헤란에서 발언하는 모습. 하메네이는 11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와 관련해 애도를 표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촉구했다. 2020.01.11.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독자 파병을 결정을 놓고 미국과 이란의 반응이 엇갈렸다. 미국은 환영한다고 밝힌 것과 달리 이란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는 국익에 기반해 미국, 이란 관계를 모두 고려한 절충안을 선택했지만 향후 대(對)이란 관계 개선 방안을 놓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전날 "우리 정부는 현 중동정세를 감안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청해부대 파견지역은 이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 일대까지 확대되며 우리 군 지휘 하에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각) "우리는 국제해양안보구상(ISMC·호르무즈 호위연합체)을 지원함으로써 중동 내 항해의 자유 보장을 돕는 우리 동맹 한국을 환영한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반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외국 군대 선박이 오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며 우려를 표했다.

이란 외무부의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한국 정부가 아덴에 있는 함대 일부를 이 지역으로 파견하길 원한다고 우리 측에 알려 왔다"며 "우리는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특히 무사비 대변인은 "한국 국방부가 페르시아만의 역사적인 명칭도 모르면서 어떠한 지식과 정당성으로 이곳에 군대를 보낸다는 것인가? 사실에 대한 상호 존중이 문명화된 국가 간 관계의 기본"이라고 비판했다. 그간 이란과 대립각을 세우는 미국과 미국의 우방 사우디 등은 '페르시아만' 대신 '아라비아만'이라는 표현을 써서 이란을 자극해 왔다.
[서울=뉴시스] 정부는 21일 "현 중동 정세를 감안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연초 잇따라 방미를 통해 미국을 설득하며 환영과 지지를 이끌어낸 것과 달리 이란에서는 반발이 표면화되면서 대(對) 이란 관계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는 대신 독자 파병으로 결론을 내면서 미국과 이란 관계에서 절충점을 찾았다는 평가가 무색하다.

특히 청해부대가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필요한 경우 IMSC와 협력하고, 정보 공유 등을 위해 협력키로 하면서 중동지역에서의 교민 안전은 물론 이란에서 경제 관계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이라크에는 1600여명, 이란에는 290여명의 한국인이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 측은 1차적으로 기존 입장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지만 한·이란 관계를 관리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자고 했고, 이란 측도 같은 반응이었다"며 "양국 간에 인사 교류 등은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계속 한·이란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의약품 등 인도적 목적 교역의 재개와 원화 계좌 동결 등과 관련해 미국과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및 미국, EU의 대이란 제재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1(독일)과 이란 간 '핵합의(JCPOA)' 체결로 2016년 1월부터 해제됐으나 미국이 2018년 5월 다시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후 외교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합동대응반을 구성해 2018년 11월 중국, 인도, 일본 등 8개국과 함께 대이란 제재 예외국 지위를 180일간 누렸다. 특히 정부는 제재 복원 이후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란 국민을 위해 2018년부터 의약품을 지원했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해 5월 대이란 제제 예외국 지위를 종료하며, 이란산 원유 수입 및 한·이란 간 교역 결제를 위한 원화 계좌 운용이 중단된 상황이다. 여기에 미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대이란 제재 관련해 의약품, 의료기기, 농산물, 식품 등 이란과의 인도적 품목 교역시 준수 지침까지 발표했다.

[서울=뉴시스] 외교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금융기관 등 민관합동대표단(수석대표: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은 2019년 12월3일~4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브라이언 후크(Brian Hook) 국무부 이란특별대표, 브래들리 스미스(Bradley Smith)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부실장 등 미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이란과의 인도적 교역 재개 방안, 우리기업 미수금 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외교부 제공) photo@newsis.com
한국 정부는 원화 계좌를 활용한 인도적 품목의 대이란 수출 등을 위해 미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유관부처와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경제협력 대표단이 이란을 방문해 인도적 지원 방안 및 개발협력사업 등을 논의했다.

이후 지난해 12월에는 민간합동대표단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브라이언 후크 국무부 이란특별대표, 브래들리 스미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부실장 등 미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이란과의 인도적 교역 재개 방안, 한국 기업 미수금 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란에 대한 인도적 품목의 수출을 활성화 하는 방안도 협의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이란과 경제 관계가 있으니까 인도적 지원을 위해 미측과 얘기하고, 이란 관계를 잘 관리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급에서 이란에 다녀올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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